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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첫 한·미 정상회담 D-7]7차 핵실험 준비 끝낸 김정은, 최대 효과 낼 시기 저울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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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10면

SPECIAL REPORT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대북·대중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메시지는 대북 정책 공조 강화와 중국 견제로 요약될 수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한”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북 강경책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미국과의 대화는 끊긴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만나 대북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북한의 카드는 많지 않다. 현재 내세운 카드는 무력시위다. 한·미동맹 강화에 맞서 강력한 군사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12일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올 들어 벌써 16번째 도발이다.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핵 투발 수단 중 하나로 한·미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 카드’인 7차 핵실험의 경우 거의 준비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가 마무리돼 김 위원장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다. 이 같은 릴레이식 무력시위는 내부 결속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군사력 과시를 통해 자신감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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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선제타격과 주적 같은 망언으로 경악을 자아냈고 대통령에 당선되기 바쁘게 한·미동맹 강화를 읊조리며 대결 광기를 부려대고 있다”며 “친미 사대에 환장한 극악한 매국 역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미동맹 재건을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이 외세에 의존하는 반민족적 지도자라는 힐난이다.

이와 동시에 최근 소홀했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악의 시련 속에서도 자존과 번영의 새 시대를 펼치게 된 것은 주체사상이 가리키는 명확한 진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한 내 보수 정부 집권 후 친밀해지는 한·미 관계에 빗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8일 베이징 올림픽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8일 베이징 올림픽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이에 대해 AP통신 등은 “북한이 무력 도발을 통한 한반도 긴장 고조라는 가장 큰 레버리지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나 바이든 정부는 구체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결국 김 위원장은 핵실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타이밍인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전과 후 중 어느 쪽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정권 교체로 대중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윤석열 정부의 참여가 예고돼 왔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 경제 구상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발은 거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역내 국가들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오커스(AUKUS) 등에 대해서도 “냉전적 사고의 확산으로 군비 경쟁을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이는 쿼드 참여 확대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일 정상회담과 쿼드 정상회의 등을 대중국 압박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의 참여 수준에 따라 한·중 관계도 상당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비해 중국 정부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단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했다.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시 주석의 오른팔로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중국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이 같은 행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층 밀착하는 한·미 관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중국의 중대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절대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사드 보복처럼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반감은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동아시아로 끌어들이고 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이 유럽에서 러시아와 대결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안보 시스템을 동아시아에서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아·태 지역이 불구덩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중국 위협론을 과장해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미 양국이 협력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반드시 보복이 뒤따른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오랜 문화로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중·일 협력을 통해 역내 대결 구도를 완화하는 게 중국 정부의 주요 대외정책 중 하나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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