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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첫 한·미 정상회담 D-7]YS·클린턴, 대북 정책 사전 합의 현장서 뒤집혀…문재인·트럼프 회담 후 7시간 지나 공동 성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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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08면

SPECIAL REPORT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서 역대 한·미 정상의 ‘첫’ 만남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국 정상이 처음 상견례하는 자리인 만큼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됐던 것 못지않게 매번 적잖은 얘깃거리를 낳았다는 점에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3년 7월 첫 정상 외교는 ‘조깅 회담’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두 정상은 청와대에서 운동복 차림으로 아침 조깅을 즐기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그해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북핵 위기를 두고 양국의 대북 기조가 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대북 강경책을 강조했던 YS와 달리 미국 측은 ‘포괄적 접근’이란 유화책을 제시하면서 실무자들이 사전에 합의한 내용이 현장에서 뒤집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반면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첫 회담에서 외환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미국의 협력을 순탄하게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워싱턴DC를 찾은 DJ를 넬슨 만델라에 비유하며 극진히 대우했다. 이와 달리 보수 성향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DJ의 첫 회담은 외교적 재앙 사례로 꼽힌다. 2001년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DJ를 ‘this man’으로 호칭하며 큰 논란을 불렀다. 그는 북한을 향해서도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DJ의 대북 포용정책과 엇박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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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같은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외교가에서는 대북 유화책에 대한 부시 전 대통령의 불신이 양국 정상의 만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첫 방미길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수용한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이를 지렛대 삼아 두 정상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합의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남다른 ‘케미’를 보였다. 2008년 MB는 한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았다. 이 자리에서 MB는 부시 전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했고, 부시 전 대통령도 DJ와 달리 MB를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동맹 관계도 한 단계 더 나아갔다. ‘21세기 전략 동맹’을 통해 기존의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로 확대하고 국제 이슈에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만남은 기존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2013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을 맞는 해였다. 이에 두 정상은 첫 회담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 외교 때는 유난히 ‘돈’과 관련한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 많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공정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 문제를 유독 강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만찬 직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한국 대통령과 새로운 무역 거래를 논의했다”며 공개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첫 공식 회담에서 자동차와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동 성명이 회담 후 7시간이 지나서야 공개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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