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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민주당 성범죄 전문당” 이재명 “이젠 소를 키울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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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04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모두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거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몇몇 장관 후보자 사퇴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성 비위 의혹에 청와대 비서관 인선 논란까지 가세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후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1시간반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최근 불거진 새 정부 인사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정 인사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선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당의 분위기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검찰 재직 시절 성 비위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인사 논란이 이어질 경우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회동 후 “어떤 방향성인지는 대통령이 전적으로 판단하되 인사 이슈가 지방선거까지 물고 들어가면 안 되니 최대한 빠르게 대처해 달라는 의사를 전했다”며 “윤 대통령도 ‘지체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박원순·오거돈·안희정을 관통하는 ‘성범죄 DNA’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성범죄 전문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이 발생한 지난해 말 민주당 대표였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저격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시 송 후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며 “박 의원 성범죄 사건 못지않게 더욱 충격적인 것은 2차 가해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3일 수원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3일 수원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가 충남지사 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승조 현 지사와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충남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당초 박 의원은 양 지사 캠프에서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박 의원 지역구인 천안을도 충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 지역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안희정 사태에 이어 충남에서 또다시 민주당발 성추문이 터진 만큼 지역 주민들 여론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난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앞세워 반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잇단 성 비위 의혹에 대해선 일제히 침묵하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에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첫 회의에서 “모두가 심판만 하고 있으면 소는 언제 키우겠느냐”며 “이제는 소를 키울 때다. 소를 키울 유능한 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상대 후보와 비교하면 경험과 경륜 측면에서 초보와 프로의 차이”라며 김 후보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맞서 제기했던 ‘일꾼론’을 다시 앞세우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손실 보상 대책을 ‘후퇴’로 규정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비대위가 제명을 결정한 박 의원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기도 얘기만 합시다”라며 질문 자체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관련 질문에 이어지자 “어제 윤호중·박지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충분히 말했고, 저는 거기에 공감한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중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터진 악재를 되뇌는 게 뭐가 이롭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경기는 그래도 해볼 만하다”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후보를 직접 지원하면서 ‘윤심과 명심’ 대리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위기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친문계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의원의 성 비위 의혹 논란으로 이 위원장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을 제외하곤 죄다 어려워졌다”며 “이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 위원장이 패배에 대한 책임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충남 분위기는 더 비관적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 위원장이 전날 양 지사 캠프 개소식에 참석했지만 분위기가 거의 초상집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전날 박 의원 제명을 결정하며 대국민사과를 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 만에 역공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도 성 상납과 증거 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데, 최소한 민주당처럼 수술 정도의 조치는 취해야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취임 나흘 만에 여야 3당에 ‘식사 정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16일로 예정된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 후 여야 3당 대표·원내대표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16일 만찬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는 인사청문회와 원 구성 협상 난항 등으로 경색된 정국을 ‘원샷’에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남은 장관 후보자 임명, 코로나 손실 보상 추경 등 굵직한 현안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는 그림이었다.

회동이 무산된 데는 윤 대통령이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미 며칠 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안해 ‘16일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는데 오늘 또 16일 얘길 꺼냈다”며 “예의 없는 경우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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