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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다가오고 있어…주가 상승 쉽지 않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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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03면

[증시 긴급진단] 비관론 편 김영익 서강대 교수

코스피가 1년 6개월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3000선 근처에서 2022년을 시작한 코스피는 12일 2550선까지 내려앉았다. 코스피 전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7배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뜻인데 코스피가 1450선까지 밀렸던 2020년 3월(12배)보다도 낮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증시의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달 초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고,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이후 네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다. 그럼에도 물가가 잡힐 기색이 안 보이자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혼돈의 시기, 국내 증시는 어디에 서 있고 또 어디로 갈지 두 명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 기회가 있을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민규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 기회가 있을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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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어 내년엔 거품이 터질 것이다.” 시장에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확히 예측해 ‘한국의 닥터 둠(Doom, 파멸)’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하반기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최근 증시가 급격히 하락한 탓에 하반기 회복세가 나타나더라도 상승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서면 증시가 하락하기 마련인데,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을 지낸 김 교수는 2001년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시장의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떨쳤다. 최근 증시 급락 직전에도 투자자들에게 주가 하락을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증시를 진단하면.
“최근 잇따른 하락으로 코스피가 저평가 영역에 들어선 것은 맞다. 한국의 일평균 수출금액을 기반으로 전망하면 5월 코스피의 적정선은 2730선 수준으로 본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비춰 추정하면 10월까지 2900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를 상승장이 다시 찾아온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3000선을 돌파할 때도 연일 상승만 하진 않았다. 등락을 반복하며 장기적으로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큰 흐름이 하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해도 마찬가지다. 하락폭이 과도하면 일시적으로 상승이 나타난다.”
하락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고 본다. 경기종합지수가 대표적인 근거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동행지수도 3월에 고꾸라지는 모습이 나왔다. 경기 수축 국면 초기에 접어든 것이다. 1972년 이후 한국경제가 경기 수축 국면에 들어간 것은 11번인데, 평균적으로 19개월 동안 지속됐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 실적은 물론 주가가 상승하기 쉽지 않다. 내년 우리 증시가 어려울 것이라 보는 이유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전 세계적인 긴축 영향은 없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강력한 긴축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이 정점이라고 본다. 물가도 3월과 4월이 고점일 것이다.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가 관건인데, 미국 물가상승률은 연말에 4%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에서도 6월까진 빅스텝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7월부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돌아서고 연말부턴 긴축 얘기가 잦아들 것이다.”
증시엔 긍정적인 것 아닌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개인적으로 추정해 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다. 미국이 2.0%니 한국이 미국보다 낮아진 것이다. 내년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단기간에 잠재성장률을 돌려 세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구가 고령화되니까 소비가 줄고, 노동생산성도 떨어진다. 신생아를 갑자기 늘릴 순 없으니, 기업 규제를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의 대응 방법은.
“올해 하반기에 코스피가 상승하며 매도 기회를 줄 때 주식을 파는 식으로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채권으로 경기 수축 국면을 피해 있는 것도 방법이다. 앞으로 2년은 채권의 시기라고 본다.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을 거래하기 쉽지 않은데, 대신 국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것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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