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백신접종률 0%…"사망자 수십만명 쏟아질수도" 재앙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19:10

업데이트 2022.05.13 21:45

북한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북한에 대한 백신과 의약품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은 편이더라도,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북한에서 퍼질 경우 사망자가 수만~수십만명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인민의 '혁명 열의와 투쟁 기세'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 국가의 존립과 발전, 인민의 행복을 믿음직하게 담보해나가는 천하무적의 혁명적 무장력에 대한 크나큰 자부심에 넘쳐 우렁찬 환호를 울리던 인민의 격정은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뉴스1

북한이 지난달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인민의 '혁명 열의와 투쟁 기세'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 국가의 존립과 발전, 인민의 행복을 믿음직하게 담보해나가는 천하무적의 혁명적 무장력에 대한 크나큰 자부심에 넘쳐 우렁찬 환호를 울리던 인민의 격정은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 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인선 대변인이 13일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어 “5월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내용도 보고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확진자 1명도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지구촌에 둘뿐인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0%의 나라다. WP는 최빈국인데다 독재자가 이끈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가 국제사회의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참여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이 오미크론 변이 위협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코백스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128만회분을 배정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받지 않았다. 또 중국산 시노백 백신 300만 회분도 팬데믹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 주라면서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 변이(0.7%) 등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북한에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치명률이 약 0.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 0%, 기존 감염자 0, 치료제 마저 전무한 북한에서 오미크론이 퍼지면 델타 변이나 우한주(초기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떨어진 건 바이러스가 약해졌다기보다는 백신과 치료제, 재감염 영향이 크게 작용해서다”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접종률이 90% 육박하는 상황에서 인구의 30% 이상이 감염됐다. 북한은 이대로면 장기적으로 인구 대다수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방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 등을 고려하면 치명률이 0.5%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인구(2600만명)의 절반만 감염된다 가정해도 사망자가 6~7만명가량 일시에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 증상만으로 확진자를 헤아리는 북한 상황을 가정하면 북한이 밝힌 35만명의 “적어도 두배 이상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열병식과 군중 집회를 연이어 하면서 확 퍼졌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주민 전체가 영양실조 상태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의료상황이 취약한 북한을 이대로 두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 역시 오미크론의 병독성이 낮지 않다고 분석했다. 백신과 의료시스템 덕분에 치명률이 낮아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치명률이 3~5%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북한에서 치명률이 그렇게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백신만 줘선 안 되고 진단키트,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토탈 패키지로 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참석해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이 공개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1]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위성 요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참석해 소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이 공개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1]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 인구가 적더라도 장기간 유행할 수 있어 이제라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화이자ㆍ모더나 등 저온 유통이 필요한 백신이라도 “냉동ㆍ냉장 시설을 함께 가져가면 반나절이면 북한에 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국내서도 부족한 경구용 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수액이나 해열제 등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중증 치료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백신은 남아도는 상황이다. 전 국민 대상 기본 접종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최근 60대 이상에 대한 4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정체 상태다. 현재 1501만3000회분(화이자 790만6000회분, 모더나 334만6000회분, 얀센 198만6000회분, 노바백스 159만2000회분 등)이 쌓여있고 연말까지 총 1억4190만 회분 백신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백신도 임상을 마쳐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 유행에 대비해 어느 정도 비축해야 하지만 확보된 물량을 모두 동원하면 북한 주민 전체에 기본접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