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준석, 尹에 “인사 빠른 판단해달라”…그뒤 김성회 자진사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논란이 되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정 인사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첫 인선에 당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3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오찬 후 걸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3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오찬 후 걸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통령 취임 나흘만인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후 2시 45분부터 약 1시간 30분간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최근 불거진 새 정부 인사 관련 논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고 한다. 최근 여당 내부에서는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성회 비서관 등에 대해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날 오전 당 최고위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인사 논란이 이어질 경우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주당 성비위를 비판하려면 우리부터 깨끗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일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떤 방향성인지는 대통령이 전적으로 판단하되, 인사 이슈가 지방선거까지 물고 들어가면 안 되니 최대한 빠르게 판단해달라는 의사를 전했다”며 “대통령도 ‘지체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논란이 되는 인물들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날 회동 직후 대통령실은 과거 발언을 놓고 동성애 혐오 및 위안부 피해자 비하 논란이 일었던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날 회동에서는 새 정부가 펼칠 여러 정책 이야기도 오갔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초기에 홍보가 잘못됐는데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윤 대통령에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수차례 밝혔던 ‘자유’를 당에서 어떻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할지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선 “당과 대통령실이 협의하면서 천천히 추진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여기(용산)에 온 거니까 자주 소통하자”며 당과 대통령실 간 유기적인 소통을 회동 내내 강조했다고 한다. 회동 정례화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인접한 주한미군 관사(장군 숙소 부지)를 언급하며 “그곳을 보강해서 편하게 자주 모이자”고 제안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구조를 하나하나 직접 소개했고, 용산 공원이 미국 센트럴파크보다 넓다는 소개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도 최대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의원들이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청했다”며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이나 예산사업들도 잘 챙겨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대통령실의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인선 대변인, 국민의힘의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과 허은아 수석대변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빨리 여당 대표와 첫 회동을 했다. 새 정부 국정 동력과 직결될 오는 6·1 지방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선거 이야기를 나누는 건 부적절하다. 지방선거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최근 경기·충남 등 이른바 ‘윤심’ 후보 출마지에 대한 위기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첫 만남(2017년 6월 9일)은 취임 후 32일 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9일 만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47일 만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