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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얘기만 합시다" 尹 때린 이재명, 성비위엔 침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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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민주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민주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성비위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앞세워 반전을 시도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잇단 성비위 의혹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에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가 심판만 하고 있으면 소는 언제 키우겠느냐”며 “이제는 소를 키울 때다. 소를 키울 유능한 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에 대해선 “전문가로서 정말 우수한 역량을 실적으로 증명했다”며 “상대 (김은혜)후보에 비교해본다면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분이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경험과 경륜으로 따진다면 초보와 프로의 차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은 경기지사 선거를 충남지사 선거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전임 경기지사였던 이 위원장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겨 '원톱'으로 선거를 이끌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에도 출마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에 심판론’에 맞섰던 '일꾼론'을 다시 앞세우고 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을 ‘후퇴’로 규정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사기라고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반면 전날 비대위가 제명을 결정한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회의 직후 만난 기자들에겐 아예 “경기도 얘기만 합시다”라며 관련 질문 자체를 차단했다. 그럼에도 박 의원과 관련된 질문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어제 우리 윤호중·박지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께서 충분히 말씀 드렸고, 저는 거기에 공감한다는 정도만 말씀 드리겠다”고만 했다.

이 위원장의 의도적 침묵에 대해 수도권 중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악재를 되뇌이는 게 뭐가 이롭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경기는 그래도 해볼만하다”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후보를 직접 지원하면서 ‘윤심과 명심’의 대리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분위기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비위 사태로 인한 위기감은 당내에 크게 번지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검토하다 중도에 포기한 한 전직 의원은 박 의원 관련 의혹이 터지자 본지에 “결과적으로 다행스럽게 대탈출을 한 꼴”이라고 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박 의원 관련 의혹으로 이 위원장 본인이 나가는 인천 계양을을 빼고는 죄다 어려워졌다”며 “이 위원장이 무리해 전면에 나선 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 위원장은 패배에 대한 책임까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ㆍ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지현ㆍ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박 의원의 지역구(충남 천안을)가 있는 충남의 분위기는 더 비관적이다. 한 충청권 의원은 “박 의원 지역구인 천안이 가장 충남에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인데, 영향이 적잖을 것”이라며 “전날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개소식에 이 위원장이 참석했지만, 사실 분위기는 초상집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수직 하강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45%, 민주당은 31%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10%포인트 급락했다.

전날 박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하며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만에 국민의힘의 성비위 의혹을 끌어들여 역공에 나서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는 '성상납'과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다”며 “최소한 민주당과 같은 수술 정도의 조치는 해야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재순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로 두차례 감찰과 징계 처분 받아 윤 대통령이 이를 모를리 없는데도 핵심 보직에 앉혔다”며 윤 대통령을 윤 비서관을 임명한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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