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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전혀 사실 아니다"…진실게임 흐르는 성비위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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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3선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가까운 민주당 인사들에게 “성비위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적 절차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정책위의장 시절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정책위의장 시절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3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의원은 당 윤리감찰단 조사 과정에서 성비위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이 지방선거를 앞둔 당에 부담이 될 거 같아 자중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 박 의원을 만났다는 또다른 동료 의원은 “사건 경위뿐만 아니라 전후의 계기와 상황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피해자와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말 의원실 직원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 의원을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가 있었다”(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며 전격 제명했다.

사실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박 의원의 입장이 알려짐에 따라 사건 파장의 크기와 지속성은 박 의원이 향후 어떤 대응을 선택을 하느냐에 달리게 됐다. 박 의원은 비대위 결정 이후 언론 취재에는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신현영 당 대변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당 차원에서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를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당 차원에 제명에 그치지 않고 윤리특위를 통한 의원직 박탈 논의까지 해보겠다는 의미다.

지도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당내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들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법적조치에 대해서도 “고발이 더 강한 대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제명이 정치인에게는 더 크고 즉각적인 형벌”이라며 “당이 법적대응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고발에 따른 2차 가해 가능성과 논란 장기화가 선거에 줄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12일 오후 천안 서북구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12일 오후 천안 서북구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윤리특위를 통한 징계 절차는 지연될 전망이다. 익명을 한 재선 의원은 “박 의원이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지도부가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밝힌 윤리위 제소 등 추가 조치는 사실상 무의미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리위가 사법기관의 확정 판결 전에 의혹만으로 의원직을 잃게하는 내용의 표결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 윤리특위엔 박덕흠ㆍ윤미향 의원과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올라와 있다. 윤리위는 지난 2월 이들에 대한 의원직 박탈을 포함한 징계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를 구성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소위는 소집되지 않았다. 특히 이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해 윤리위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민주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민주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전날까지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저자세를 취하던 민주당의 기류는 이날 다소 달라졌다.

이날 이재명 상임고문 주재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박지현 위원장은 “민주당은 그나마 수술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지금도 숨기는 중”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공직자 비리 척결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로 인한 징계이력이 보도된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들이 주도하는 당원 게시판에는 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한 비대위를 향해 “지방선거에서 지려고 발악한다”, “박지현 위원장의 직을 박탈해야 한다”, “비대위가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의 비난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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