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려도 미사일 쐈다…中도 신경안쓴 北 '도발 마이웨이'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16:29

업데이트 2022.05.13 17:06

북한이 12일 "국가 최중대 비상 사건"이라며 오미크론 발병 사실을 발표한지 6시간 반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된 무력 시위 스케줄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노골적으로 반박한 셈인데, 앞으로도 '도발 마이웨이'를 계속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코로나도 끄떡없다' 신호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는 초대형 방사포 KN-25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평양에서 오미크론 환자의 검체 채취가 이뤄진 지난 8일쯤에는 이미 발사 계획이 수립돼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KN-25는 시험 발사를 위해 사전에 준비 기간이 꽤 필요했을 것이고, 이왕 계획했던 발사이니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기서 조만간 도발을 멈출지, 혹은 앞으로도 국방 발전 계획은 그대로 추진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새벽 오미크론 대응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국가 방위의 전초선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방역대전의 승리를 무력으로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코로나19 대응 와중에도 국방력 강화는 놓지 말라는 지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국제사회를 향해 '미사일 발사는 자체 시간표에 따른 것이니, 신경 끄고 이중 기준을 접으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내왔다. 코로나 확산이라는 국내 비상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는 것도 이런 '마이웨이' 행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최대 우방인 중국의 동향도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패럴림픽과 양회(兩會) 기간 등 중국의 주요 행사 일정이나 외교담당 국무위원 방한(지난해 9월)이나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방한(지난 4일) 중에도 거침 없이 미사일을 쏘아댔다. 중국 사정도 봐주지 않는 터에 내부 문제 정도야 거리낄 것 없다는 식의 태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ㆍ미 공조 테스트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도발이다. 오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전후로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상대적인 저강도 도발로 양국 공조 수위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추가 결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정상국가' 컨셉을 강화하는 동시에, '핵 보유국' 지위와 핵 군축 협상을 노리며 핵실험을 감행해 핵무기 갯수를 늘리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실험 전망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저쪽 리더(김 위원장)의 판단"이라며 "엘리트 레벨하고 주민 사회가 별개로 움직이니 일단 좀 봐야할 것 같다"고 13일 밝혔다.

한ㆍ미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와 별개로 억지력 강화를 통해 도발에는 제대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13일 대통령실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과 군사 안보 문제는 별개"라며 "다만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우리는 도와줄 의향이 있으니 (북한도) 얘기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날 국가안보실(NSC)은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점검회의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처보다는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SC 상임위원회를 열진 않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수위 높은 메시지다.

양국 외교ㆍ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각각 12일 밤과 13일 오전 상견례 성격의 카운터파트 간 첫 통화를 통해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미국 또한 큰 동요 없는 분위기다. 북한의 코로나19 발병,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현재로선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은 없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지지한다", "북한이 이르면 이달에 7차 핵실험 준비가 됐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안으론 분위기 관리?

한편 북한은 지난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1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도 관영 매체에 보도하지 않았다. 통상 시험 발사 이튿날 발사 사실과 제원 등에 대해 보도했던 관례를 깨고 연속으로 세 번째 침묵을 지키는 셈이다.

이에 시험 발사했던 미사일의 성능이 미진했거나 향후 연쇄 도발을 고려해 보도를 유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이제는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병 대확산으로 가뜩이나 주민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통제 수준을 최고강도로 죄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대적으로 무력 시위를 선전하는 게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평소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우던 김 위원장 행보로 볼 때,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내부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최대한 부각하려 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에도 도발 스케줄을 지속하되 관련 보도는 가급적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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