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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입양아 때려 숨지게 한 화성 30대 양부 항소심도 징역 22년

중앙일보

입력

'화성 2세 입양아 학대 사건'의 양부 A씨가 지난해 5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화성 2세 입양아 학대 사건'의 양부 A씨가 지난해 5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두 살배기 입양아를 때려 숨지게 한 경기 화성시 입양아 학대 살해 사건의 30대 양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숙희 재판장)는 13일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부 A씨(37)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후 33개월 된 피해 아동을 강하게 몇 차례 때리면서 충격에 넘어진 아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다시 때렸다"며 "피해 아동 외 자녀 4명을 양육한 경험이 있는 피고인은 쓰러질 정도로 때리면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살해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아이를 입양한 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고 남아있는 친자녀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아동학대가 더 발생하지 않으려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모 B씨(36)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월으로 감형해 선고했다. 또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명령했다.

신 재판장은 "피고인은 4명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이미 다자녀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 혜택을 보기 위해 아이를 입양했다고 보는 시각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4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담을 지면서도 화목한 가족을 이루고 싶어 아이를 입양한 것이지 그 외 불순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고인이 아이를 직접 학대를 가했다는 증거는 없고 다른 자녀들을 훈육할 때도 A씨가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A씨가 피해 아동을 훈육하는 방식이 심각한 폭행이란 걸 추후에 인식했고 뒤늦게라도 이를 제지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현재 남아있는 초등학생 자녀 4명이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점 등 많은 고민 끝에 B씨에 대한 감형을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동안 다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처음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B씨는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재판에 참석한 일부 방청객은 이들 부부에 대한 선고 형량에 불만을 내비쳤다.

이에 신 재판장은 "판사 생활 27년 동안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며 "헌법과 법률, 증거에 따라 재판을 하는 곳이니만큼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한 불만 표출은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양부인 A씨는 지난해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당시 생후 33개월이던 입양아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고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 손 등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8일 폭행으로 반혼수 상태에 빠진 C양을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7시간가량 방치한 혐의도 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C양은 약 두 달 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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