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분기 7.8조원 영업손실…전기요금 상승 압력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13:03

업데이트 2022.05.13 14:47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료 가격은 치솟는데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서다. ‘두부값(전기료)이 콩값(연료비)보다 싼’ 상황이 지속하면 할수록 한전의 적자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이 상장 공기업인 만큼 요금 조정 등 자구책을 통해 경영 실적을 개선해야 하지만, 결국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3일 한전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3525억원 감소해 7조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전 창립 이래 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7조786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한전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7조786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한전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전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발전(發電)에 쓰이는 연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석탄) 등의 가격이 모조리 오르면서 한전의 영업비용이 상승했다. 1분기 국내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이 늘며 전기 판매 수익 등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조3729억원 증가했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 지출은 9조7254억원 더 늘었다.

실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을 기록했다. 200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비싼 가격이다. 전년 동월(76.35원) 수준의 2.6배를 넘는다. SMP는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2.81달러(12일 기준)로 전년 대비 36.25달러 뛴 상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전은 “전력구입비가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한다”며 “원가 변동분을 반영한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의 전력 판매사는 정부의 요금 조정과 재정 보조 등으로 경영 부담을 덜고 있다. 반면 한전은 요금 인상을 최소화해 부담을 떠안았기 때문에 적자를 봤다는 입장이다. 고유가와 한전의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전기료 상승 압력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는 유명무실해진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당장 한전의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연료비 연동제는 발전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료도 따라 오르게 한 제도다. 지난해 고유가 상황에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다가 4분기에 한 번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했다. 올해 1분기에는 단가를 다시 동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수준으로라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당장은 전기료를 소폭으로라도 조정해서 적자를 줄이고, 향후 자원 개발 등에 나서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흑자도 보면서 그동안의 손실을 상쇄하는 게 기업으로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금을 올리지 않을 거면 2008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한전 손실을 보전해준 것처럼 나랏돈을 넣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그러나 한전의 적자 규모가 너무 크고 반발이 심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도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전기료에 ‘원가주의’ 원칙을 적용해 요금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최근 고물가에 국민 부담이 불어나면서 공공요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별도로 한전은 자구책을 마련해 경영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전력그룹사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한다.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하는 것을 포함한 해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부동산 자산과 출자 지분도 팔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재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자구 노력에도 올해 한전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전은 연간 5조8601억원의 적자로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연간으로 한전이 17조4723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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