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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에 빵·국수 값 오르는데…주요국 밀 농사마저 망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현지시간) 이라크의 한 밀밭에서 밀을 수확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라크의 한 밀밭에서 밀을 수확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고온 건조한 날씨가 덮치며 세계 주요 곡물 중 하나인 밀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밀을 주 재료로 하는 빵·라면·국수 등의 가격이 올라 밥상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밀 생산은 7억744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밀 생산이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더욱이 밀 재고도 2억7500만톤에 그쳐 3.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밀은 곡물 중에서도 내성이 강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쟁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 특정 지역에서 생산량이 줄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충당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보인다. 밀 주요 생산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생산에 큰 차질을 빚는데 더해, 전 세계적인 가뭄이 프랑스와 인도·미국의 밀 생산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위성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로스는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올해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을 지난 5년 평균보다 23% 감소한 2100만톤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생산량인 3300만톤과 비교하면 35% 줄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밀 2000만톤을 수출해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주요 밀 재배지가 있는 동부에 전투가 집중되며 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자체 식량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곡물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러시아가 흑해 연안을 봉쇄해 운송도 어려워졌다.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에서는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올해 작황이 최악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는 지난해 밀 2000만톤을 수출해 유럽연합(EU) 최대 밀 수출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에서 올해 총강수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이에 밀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곡물업체도 "최악의 경우 올해 수확량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세계 두 번째 밀 생산국인 인도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기온이 1901년 이후 121년 만에 가장 높은 것. 이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에서 많게는 50% 감소할 것으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도 당국도 당초 1억110만톤으로 전망했던 밀 생산 예상치를 1억50만톤으로 낮췄다.

대표적인 밀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주에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고, 캐나다는 파종이 예년보다 늦었다. 전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가을 이례적인 홍수 이후 겨울 밀 생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럽 곡물시장 연구업체 스트래티지 그레인스의 오레리언 블래리 전문가는 "물 부족이 지속된다면 생산 전망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밀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며 밀값도 뛰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1톤당 가격은 407 달러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뛰었다. 통신은 밀 공급 우려로 주요 음식 가격이 상승하고, 배고픔과 생계비 위기가 아프리카부터 유럽까지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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