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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탈검찰화 뒤집었다…‘법무차관’ 이노공, 尹과 ‘카풀 인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가 윤석열 정부에서 빠르게 되돌려지고 있다.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이어 이노공(연수원 26기)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4년 전 첫 여성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자리에 올랐던 이 신임 차관은 사상 첫 여성 법무부 차관이라는 영예도 얻게 됐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윤 대통령과 출·퇴근 ‘카풀’을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노공 신임 법무부 차관. 사진 대통령실

이노공 신임 법무부 차관. 사진 대통령실

이노공,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 4차장검사 인연

대통령실은 13일 오전 법무부 차관으로 이 전 청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임명 직후 이 차관은 “새 정부의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신속히 업무를 파악하여 법무부 국정과제 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법질서확립, 인권 옹호, 글로벌 스탠더드 법무행정을 위한 국정 보좌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열린 취임식에선 “아직 장관님이 계시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야 할 법무행정 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면서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의 인권 옹호’와 ‘법질서 확립’이라는 법무부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196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영락고와 연세대 사법학과, 연세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검찰에 처음 발을 디딘 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사법연수원 교수, 수원지검 공판송무부장, 대검찰청 형사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판송무부장, 청주지검 영동지청장,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인천지검 부천지청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2018년 7월에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4차장) 자리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4차장검사는 여성·아동 범죄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이 차관은 윤 대통령과 25년 전부터 가까웠다.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함께 근무하던 이 차관과 윤 대통령, 노정연 창원지검장,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출·퇴근 시간 ‘카풀(Carpool)’을 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윤 대통령만 운전면허가 없어 당시 여검사 3명이 번갈아가며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까지 지냈다. 이후 유력한 네 번째 여성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지목받다가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성 발령을 받자 검찰을 떠났다. 최근까지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검찰 재직 시절 후배 검사들로부터 “시원시원하고 따뜻한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취미는 피아노 연주로 알려져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법무부 탈검찰화 되돌리기…한동훈 “내외 안 가리고 등용”

이 차관 임명으로, 법무부 차관 자리는 다시 검찰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전임인 강성국 전 차관과 그 전의 이용구 전 차관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했다. 두 명의 전임 차관이 판사 출신인 배경이다. 장관은 문 정부 내내 전부 비 검찰 출신이었다. 박상기·조국 전 장관은 교수 출신, 추미애·박범계 전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법무부 외부 개방직의 경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인사들이 중용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법무부 탈검찰화가 되돌려지고 있다. 한동훈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면 속력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법무부 탈검찰화 정책 시행 결과, 법무부의 업무 전문성, 연속성 저하 등의 문제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 이러한 점을 분석하여 내외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 취임사

존경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직을 떠났다가 한 때 열정적으로 근무했던 법무부에서 이렇게 차관으로 여러분과 다시 만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신 법무가족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법무가족 여러분 !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분의 노력으로 그 동안 우리 법무행정은 지속적으로 개선과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고 국격에 부합하는 품격 높은 법무행정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의 더 큰 노력과 헌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직 장관님이 계시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야 할 법무행정 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말씀만 드리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의 인권옹호’와 ‘법질서 확립’라는 법무부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의 업무수행 하나하나의 절차와 결과가 법무부 전체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 될 수도,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늘 마음에 새기고 모든 업무처리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세심히 살펴 주기 바랍니다.

법무가족 여러분 !
저는 앞으로 장관님을 보좌하여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법무행정의 참 모습이 구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일하며 보람 있고 활력이 넘치는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켄 블랜차드라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단결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떠한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께 많이 묻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직급을 떠나 서로 존중하고 어려움을 따뜻이 헤아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법무가족이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다시 한 번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13일
법무부차관 이 노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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