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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1명에 사건 1.6만건 맡는다…골머리 앓는 대법의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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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상고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상고심사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 방안을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제도는 그대로인 탓에 대법관이 과도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정기회의가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려 김명수 대법원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사법행정자문회의 정기회의가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려 김명수 대법원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대법원은 지난 11일 사법행정자문회의 20차 회의를 열어 상고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 상고 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법이 정한 최고 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기능과 현재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실제로 상고심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선별하기 위한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자문회의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다만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증원 폭은 필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적법한 상고를 조기에 종결하고 대법원의 사건관리 부담을 줄여 상고심 역량을 본안 심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고 이유서를 원심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법원행정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 -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상고심사제 도입 ▶고법 상고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의 상고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무산된 이후 상고제도 개선 논의에 신중을 기해왔다. 이 때문에 사법부가 상고제도 개선을 두고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2014년 공청회 이후 7년 만이었다.

상고심 문제는 대법원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 2020년에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 사건은 4만건을 훌쩍 넘겼다. 지난 1990년 8319건에서 5∼6배가 늘어난 셈이다. 대법관 1명당 한 해에 약 4000건의 사건을 주심으로 맡고, 본인이 주심이 아닌 사건까지 더하면 약 1만6000건을 담당하는 꼴이다. 형사사건을 제외한 영역에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고 (심리)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가 지난 1994년 도입되긴 했지만, 이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행정자문회의 21차 회의는 다음 달 8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의해 독점적·폐쇄적으로 이뤄진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급 법원 판사와 변호사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기구로서 중요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에게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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