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문고리 잔혹사…尹, 그 자리에 최측근 檢출신 앉힌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5.13 05:00

누군가는 “최측근이 가야만 하는 자리”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최측근이 가면 사고가 난다”고 말한다. 대통령실 핵심 요직인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 자리를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장ㆍ차관급 인사가 수두룩한 대통령실에서 1급에 불과한 총무ㆍ부속 인사가 늘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건, 그 두 자리가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가장 내밀한 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두 자리에 자신의 친정인 검찰 출신 최측근 인사를 각각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장 야권은 “검찰 공화국”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새 정부 내각에 권영세(통일부)ㆍ원희룡(국토교통부), 한동훈(법무부) 등 검찰 출신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대통령실에도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 검찰 출신이 주요 포스트를 꿰찼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요직인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엔 검찰 일반직 출신인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과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임명됐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당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비서실을 검찰청으로 착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총무와 부속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과 가장 밀접하게 엮여있는 조직이다. 총무비서관실은 대통령실 재정 및 내부 인사를 총괄하는 곳이다. 흔히 ‘곳간지기’라고 불린다. 대통령 및 참모들의 활동비, 관저 예산, 특수활동비 등을 집행한다. 기업으로 따지면 재무팀과 인사팀을 합쳐놓은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배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배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부속실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곳이다. 대통령에 대한 대부분의 보고는 부속실을 통한다. 예컨대 대형 재난ㆍ재해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민감한 정치 관련 이슈 등이 해당한다.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을 관리하는 곳도 부속실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선 대부분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에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 인사를 배치했다. 누구에겐 ‘집사’, 누구에겐 ‘문고리’란 별칭이 붙었다.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지칭함과 동시에 대개 비판의 뜻도 내포했다. 대통령과 가깝게 있다 보니 권력의 부침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도 이 두 자리다.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은 수난을 가장 많이 겪은 대표적인 보직으로 꼽힌다.

최도술ㆍ정상문(노무현 정부), 김백준(이명박 정부), 이재만(박근혜 정부) 전 총무비서관은 당시 대통령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에 연루돼 사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김희중(이명박 정부), 정호성ㆍ안봉근(박근혜 정부) 전 부속실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은 새 정부 대통령실 인선 과정에서도 주요 고려 대상이 됐다고 한다. 인선 작업에 관여한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자금 및 특수활동비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조직이 어떻게 운영됐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 인선은 단순히 윤 대통령과의 근무연 때문이 아니다. 함께 근무한 경험을 통해 두 사람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업무 수행의 적임자라고 윤 대통령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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