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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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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지난 10일 중국 교육계가 들썩했다. 중국 명문대 중 한 곳인 인민대학교가 세계 대학 순위 평가에서 빠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중국 교육부는 이날 ‘인민대의 세계 대학 순위 탈퇴 이유와 교훈’이란 입장을 냈다. “2022년부터 인민대가 국제 대학 순위 기관에 관련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세계 대학 순위가 인민대의 강점과 위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고 평가 제도에 명백한 결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민대의 유학생 비율이 4.23%에 불과해 평가 지표에 불리하고, 대학 입시 점수와 같은 지표가 없어 중국 고등교육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중국고등교육평가기관(CNUR)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대학 순위 평가에서 인민대는 8위였다. 칭화대·베이징대·중국과기대·푸단대가 각각 1~4위였고, 상하이교통대(5위)·난징대(6위)·저장대(7위)가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인민대학교가 지난 10일 평가 지표에 문제가 있다며 올해부터 세계 대학 순위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대 홈페이지 캡쳐]

중국 인민대학교가 지난 10일 평가 지표에 문제가 있다며 올해부터 세계 대학 순위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대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순위인 영국 매체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 랭킹(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인민대는 601위,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글로벌 랭킹(Best Global Universities Rankings)에선 599위, 영국 대학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 순위에서도 601위로 평가됐다.

중국 관영 CCTV는 “국제 순위를 추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자 대중의 정서가 되고 있다”며 “중국 특색의 세계 일류대학을 건설하는 것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25일 청년절을 앞두고 인민대를 방문했을 때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당시 “당을 위한 인민으로, 나라를 위한 인재로 육성해 달라”며 인민대가 중국적인 교육에 방점을 둘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14년 베이징대를 방문했을 당시 “세계 선진 교육을 흡수하고 중국에 뿌리내리도록 하라”는 지시와 180도 달라졌다. 이런 기류 속에 역시 중국 명문으로 꼽히는 난징대와 란저우대도 세계 대학 평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학 평가 탈퇴는 중국이 ‘마이 웨이’를 고집할 것이란 작은 징후 중 하나다. 홍콩 사태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지지에서도 중국은 세계인의 상식적 판단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은 갈수록 외면받고 고립될 수 있다. ‘마이’(my)가 누굴까. 적어도 중국 국민 다수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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