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루나 하룻새 97% 대폭락…코인시장 ‘검은 목요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암호화폐 시장이 12일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 급락의 후폭풍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뱅크런(대량 인출사태)이 벌어지며 비트코인 3만 달러도 무너졌다. 이더리움도 이날 21% 하락했다.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급락이 시장을 뒤흔들자,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후 루나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97% 떨어진 0.3달러 수준이다. 하루 사이에 휴짓조각이 됐다. 1달러에 가치가 고정돼 있어야 하는 테라는 이날 오후 0.63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 등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이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이 만들어 ‘김치 코인’이란 별명이 있다. 루나의 경우 올해 초 전체 암호화폐에서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달 11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르기도 했다.

관련기사

루나의 자매 코인인 테라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더처럼 담보물을 현금이나 채권 등 유동자산으로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테라는 루나와 테라의 공급량을 연동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유지해왔다.

폭락한 루나 코인 추이

폭락한 루나 코인 추이

‘폰지 사기’라는 비판에도 루나 시세가 오르며 이런 알고리즘은 잘 굴러갔다.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테라 값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시작됐다. 지난 10일 오전 1시쯤 테라 가격이 0.9달러대로 내려간 뒤 1달러로 회복하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0.6달러 수준에서 테라폼랩스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담보로 빌린 자금으로 테라의 가격 방어에 나서면서 이날 오후엔 0.9달러대 선까지 회복했지만, 투자자의 ‘팔자 행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1일 오후 테라의 가격은 0.3달러까지 떨어졌다.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담보물로 총 35억 달러(약 4조45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이것이 유지될 것이란 투자자의 믿음에 기반한다”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루나와 테라의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당장 불똥은 테더로 튀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도 1달러를 벗어난 것이다. 테더는 지난 11일 오후 9시쯤 0.99달러로 내려온 뒤 가치를 회복하지 못했고, 12일 오후 4시 기준 0.97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만 달러 선이 무너지며 2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는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도 테라 사태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의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승인을 요구했다. 옐런은 “테라의 추락은 빠르게 변동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빗과 빗썸, 업비트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도 루나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경보를 발령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