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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3조 세금 더 걷힐 것” 또 고무줄 기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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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당초 예상보다 53조3000억원이나 더 걷히는 세금 덕분에 이번 역대 최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빚 없이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나랏빚 때문에 이번 추경안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던 새 정부엔 이런 대규모 세수 오차가 역설적으로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수 재추계에서 올해 세입 전망은 총 396조6000억원으로 본예산(343조4000억원)보다 53조3000억원이 늘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는 올해 104조1000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29조1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번에 늘어난 초과세수의 54.6%를 차지한다. 올해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 실적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지난해 반도체·금융·철강·정유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덕을 봤다. 고용이 늘고 임금이 상승해 근로소득세는 10조3000억원, 수입액 증가 및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부가가치세는 1조8000억원 각각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예산안을 짤 때만 해도 올해 39%나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으나, 이번 재추계에선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 세수는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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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건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 7~8월 ‘2022년 세입예산’ 편성 시 2021년 세수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지난해 7월 이후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환율·유가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61조원 이상의 초과세수로 사상 최대의 오차를 낸 기재부가 올해도 15.5%의 세수 오차를 내면서 ‘고무줄 세수’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재부에서 의도를 가지고 오차를 낸 것이라 의심하며 국정조사까지 밀어붙일 분위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올해 초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50조원 추경을 반대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당시 50조원의 추경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가능하다고 대답했어야 했다”며 “전임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면서도 국채 발행 없이 대규모 추경을 하게 된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신들이 여당 시절에 추계했던 것을 ‘왜 틀렸냐’고 그러면서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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