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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억대 몸값 모셨지만…"명품플랫폼, 이러다 다 죽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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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비대면 쇼핑 증가와 늘어난 명품 소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거래액이 커지고 매출도 올랐지만 수익성은 악화하는 이른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은….

비대면 쇼핑 확대와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사진 발란]

비대면 쇼핑 확대와 젊은 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사진 발란]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명품 플랫폼 3사의 지난해 매출은 증가세지만 영업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액은 사상 최대다. 가장 후발주자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 31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515% 증가한 수치다. 거래액은 성장해 3사 모두 3000억대를 넘어섰지만 매출액은 발란이 552억원, 트렌비가 218억원, 머스트잇이 200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 대비 적게는 30%, 많게는 100% 이상 성장했다. 트렌비의 경우 해외 매출을 제외한 수치다. 트렌비 측에서는 “해외에 6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고, 일부 수수료만 한국지사에 잡히는 시스템”이라며 “2주 뒤 공시될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963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3사 모두 영업 손실로 트렌비가 330억, 발란이 185억원, 머스트잇이 100억원을 기록했다. 머스트잇은 전년 148억의 영업이익을 냈다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트렌비와 발란은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먹고 자란 명품 플랫폼

명품 플랫폼 업계는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먹고 자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대면 쇼핑이 확대되고,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온라인 명품 소비가 많이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7475억원이다. 2020년 대비 7.9% 늘어난 수치다.

머스트잇의 경우 2018년 거래액 947억원에서 2020년에는 2514억원, 지난해에는 3527억원을 기록했다. 발란은 2020년 512억원에서 지난해 3200억원으로 무려 여섯배나 뛰었다. 트렌비도 1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세 배 뛰었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명품 특화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투자 유치도 활발했다. 발란은 누적 투자액 445, 트렌비는 400억원, 머스트잇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플랫폼들은 인지도를 높여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수억 몸 값의 톱스타들을 경쟁적으로 기용했다. [사진 머스트잇 유튜브 채널]

이들 플랫폼들은 인지도를 높여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수억 몸 값의 톱스타들을 경쟁적으로 기용했다. [사진 머스트잇 유튜브 채널]

플랫폼의 성패는 회원 수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에 달려있다. 한 번 이용해본 이용객들이 편리함을 느끼면 익숙한 서비스에 계속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객 ‘락인 효과(Lock-in effect·잠금 효과)’다. 이들이 일단 이용자를 늘려 체급부터 키우고 보자는 전략을 세우는 이유다. 지난해 명품 플랫폼들이 치열한 광고 대결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렌비는 김희애, 머스트잇은 주지훈, 발란은 김혜수 등 수억 몸값의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해 TV 광고에까지 나섰다. 이는 광고 선전비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트렌비는 298억원, 발란은 190억원, 머스트잇은 134억원을 광고 선전비로 지출했다. 트렌비의 경우 국내 매출액보다 더 많은 광고 선전비를 쓴 셈이다. 발란의 광고 선전비는 전년 대비 450%나 증가했다. 트렌비 측은 “가장 늦게 사업을 시작한 만큼 인지도를 빠르게 올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고 답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명품 플랫폼 3사의 광고선전비는 크게 늘었다. [사진 트렌비]

지난해 명품 플랫폼 3사의 광고선전비는 크게 늘었다. [사진 트렌비]

지속 성장 가능할까…위험과 기회 공존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성장 곡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상회복이 다가오면서다.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대면 쇼핑이 일상화되면 온라인 명품 쇼핑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 플랫폼이 주로 해외 구매대행을 기업화하거나, 병행 수입 제품을 오픈마켓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최근 명품 플랫폼 업체들이 기존 명품 잡화뿐만 아니라 리빙·키즈·골프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꾀하는 이유다. 머스트잇과 발란은 오프라인 매장을 내 신뢰도 확보 및 쇼핑 경험 제공에 나섰다.

머스트잇은 서울 압구정 본사에 182㎡(약 60평) 규모 오프라인 쇼룸을 선보였다. 중앙포토

머스트잇은 서울 압구정 본사에 182㎡(약 60평) 규모 오프라인 쇼룸을 선보였다. 중앙포토

최근 불거진 가품 논란은 위협 요인이다. 온라인 명품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 신뢰도가 쌓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정·가품 의심 사례도 증가 추세다. 지난 2월 티셔츠 한 장으로 각을 세웠던 무신사와 크림 사태는 명품 플랫폼 전반에 불신의 씨앗을 심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온라인에서 조금 싸게 사려다 가품을 사느니 백화점에서 검증된 제품을 사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환·환불 관련 잡음도 들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 상담센터와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신고된 플랫폼들의 청약 철회 체한 관련 상담은 총 813건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늘었다. 주요 피해 및 분쟁 유형은 계약취소·반품·환급(42.8%) 관련이 가장 많았고, 제품 불량·하자(30.7%), 계약불이행(12.2%) 등이 뒤를 이었다.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한 법 조항을 자체 이용 약관을 적용해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트렌비는 플랫폼 업계 신뢰도 구축을 위해 정가품을 감정해주는 명품 리셀 C2C서비스를 런칭했다. [사진 트렌비]

트렌비는 플랫폼 업계 신뢰도 구축을 위해 정가품을 감정해주는 명품 리셀 C2C서비스를 런칭했다. [사진 트렌비]

소비자 분석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1 대표는 “비슷한 업체 서너 개가 공존할 만큼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이 크지 않고 그나마도 최근 몇 년 사이의 극적인 성장 곡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선두 한두 업체만 살아남는 구조로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해외 구매 대행의 온라인화, 병행 수입 업체를 위한 오픈 마켓, 해외 부티크의 온라인 플랫폼화 등으로 각 업체가 사업 구조를 차별화했지만, 코로나19로 공급망 변수가 생기면서 결국 동일한 병행 수입 업체들의 사업장이 되어 버렸다”며 “공급자가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차별화하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는 식의 출혈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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