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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컨드 젠틀맨 옆 남자…홍석천 택한 이유 3가지 있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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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한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 세컨드 젠틀맨이 지난 11일 서울 광장시장을 방문한 뒤 청계천변을 걷고 있습니다. 왼쪽은 방송인 홍석천 씨.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미국 축하 사절단으로 방한한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 세컨드 젠틀맨이 지난 11일 서울 광장시장을 방문한 뒤 청계천변을 걷고 있습니다. 왼쪽은 방송인 홍석천 씨. 김현동 기자

“날이 더워서 그런가, 김치말이 국수를 잘 드시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빈대떡 전문점의 종업원 한 분이 바삐 음식을 나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드시네’의 주어는 다름 아닌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이었죠. 이날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국수는 물론 일명 ‘마약김밥’부터 빈대떡까지 하나하나 다 맛보며 즐거워했습니다. 그의 바로 곁에서 식사를 하며 여러 음식에 대한 설명을 맛깔나게 곁들여준 이는 방송인 홍석천 씨였습니다. 왜 홍석천 씨인지 궁금하신가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를 알면 그 이유가 보입니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뿐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도 유독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representation’ 입니다. 여러 의미가 물론 있지만 현 미국 행정부는 이를 소수자를 대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합니다. 소수자란 여성, 소수민족 그리고 성소수자 등 다양하죠. 홍석천씨도 이런 맥락에서 추천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JTBC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선보인 그의 요리 솜씨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또 그의 태국음식 레스토랑의 똠양꿍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음식 전문가로서 홍 씨를 인정할 수밖에 없겠죠. 그의 선정 배경을 묻자 백악관 관계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유명 방송인이면서 음식 전문가이고, (성소수자라는) 개인적 배경 등이 작용한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엠호프 부통령은 홍 씨의 안내로 광장시장 곳곳을 누비며 빈대떡을 먹고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홍석천 씨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시종일관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남이 보고 있기 때문에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그냥 그게 그 분 진짜 성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홍석천 씨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보고 참 좋아하는 데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네요. 홍석천 씨가 “그냥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답하자 세컨드 젠틀맨도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는 게 참 중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합니다. 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으로서 엠호프 부통령 부군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말이었습니다.

더글러스 엠호프 미국 부통령 남편이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6.25 관련 설명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전수진 기자

더글러스 엠호프 미국 부통령 남편이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6.25 관련 설명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전수진 기자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을 11일 아침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저, 광장시장까지 동행 취재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시민 반응이 있습니다. “부통령의 남편이라고요? 부통령 본인이 아니고요?”입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존재 자체는 새로운 일이죠. 새로운 것과 다른 것을 포용하는 여유가 그 사회의 융통성을 보여주는 일이겠고요.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시민 한정선 씨는 “부통령의 남편이라니, 뉴스에서 읽기는 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보니 신기하다”고 했고, 세컨드 젠틀맨이 식사를 한 식당의 박금순(70) 사장은 “외국 손님이 많이들 오시지만 부통령의 남편분은 처음”이라며 반가워했습니다. 모든 것엔 처음이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과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의 다음 말이 맞습니다. “우리가 처음인 건 맞지만,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부군의 전문 분야는 엔터테인먼트였죠. 그는 인터뷰 중에도 “(지금은 잠시 멈추었지만)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며 “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농담도 하더군요. 실제로 임원직까지 올라갔지만 부통령의 부군 역할에 전념하기 위해 스스로 ‘경단남’의 길을 택했습니다.

세컨드 젠틀맨으로서의 임무에도 충실했습니다. 변호사 출신이니 달변인 건 따놓은 당상, 여기에다 모든 면에 진지했습니다.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며 거북선 모형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작전 상황을 재현한 전시물 등 앞에서 자주 발걸음을 멈추었는데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을 던지며 한미동맹에 대한 그의 관심의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의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새긴 곳 앞에선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하더군요.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명패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수진 기자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명패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수진 기자

하지만 가장 돋보였던 건 부통령에 대한 그의 애정 표현이었습니다. 자발적 경단남이 되기로 한 것에 대해 좌절감은 없었냐고 묻자 “없었다”고 바로 잘라 말하더군요. “나는 내 부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통령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는데, 인터뷰 자리에 제가 들고 갔던 에코백을 보고도 부인 얘기를 꺼내더군요. 아래 에코백인데요, 책 제목인 “읽는 여성은 위험하다(Women Who Read Are Dangerous)”를 패러디한 문구였습니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이 관심을 보인 에코백입니다. 전수진 기자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이 관심을 보인 에코백입니다. 전수진 기자

마침 제가 워싱턴DC의 한 서점에서 이를 구매했다고 하자,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반색하며 “혹시 OOO서점 아니냐, 거기 카멀라도 참 좋아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선물로 준비해간 그의 이름을 한국어로 새긴 만년필을 보고는 "카멀라도 좋아하겠다"고 하더군요. 부통령이 없는 데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터뷰였습니다.

한국엔 이렇게나 품격 있고 멋진 퍼스트 젠틀맨이 언제쯤 등장할까요. 사뭇 궁금해지고, 기다려집니다.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말 자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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