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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박완주, 대리서명 의혹…피해자 "난 면직신청 서명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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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또다시 성비위 의혹에 휩싸였다. 이번엔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의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박 의원을 제명했고, 국회 차원의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을 예정”이라며 성비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복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의원이 연루된 성추문 사건은 지난해 말에 발생했다. 피해자는 의원실 직원 A씨다.

그런데 해당 사건은 지난달 말에서야 민주당 성폭력신고센터에 최초 접수됐다. 사건이 뒤늦게 접수된 뒤에도 민주당은 즉각 조치에 나서지 않았고, 피해자는 결국 국회 인권센터에 피해 사실을 추가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이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당의 자체 조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박 의원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도 공개 비판문을 통해 “성비위를 포함한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의원면직을 유도하고, 협의가 안 되자 직권면직을 추진하는 의원실이 있다”며 박 의원의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민보협은 이어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고도 덧붙였다. 민보협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피해자 A씨 명의의 사직서(의원면직 신청서)를 접수한 국회사무처가 A씨에게 면직 통보를 했다가 “서명한 적이 없다”는 문제 제기를 받고 면직 처분을 철회하자 박 의원은 A씨에 대한 직권 면직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애초 박 의원이 제3자를 통한 대리 서명으로 의원면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성폭력 사태로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던 민주당은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부터 또다시 성비위 의혹에 휩싸이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박지현ㆍ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현ㆍ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도부가 총출동해 ‘필승 결의 공명선거 다짐’ 기자회견을 열려다 박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한 직후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지도부는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예외 없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해당 사건은 지난해 연말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라며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잘못된 의식을 도려내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도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고,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당내 성비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 견지해 엄중하게 즉각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12일 오후 천안 서북구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낙연 상임고문 등이 12일 오후 천안 서북구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성비위 혐의로 제명한 박완주 의원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태에 이어 성추문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민주당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특히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비위 의혹이 잇따르면서 더욱 부담이 커졌다.

지난달 28일 최강욱 의원은 여성 보좌진들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에서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김원이 의원의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김 의원의 지역 보좌관이 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의원실 직원들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김 의원은 이를 묵과하며 2차 가해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최 의원은 성적 표현이 아닌 “짤짤이였다”고 해명하며 빈축을 샀고, 김 의원은 이날 “심려를 끼쳐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두 사건에 대해 윤리심판원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사건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지 불과 1년 남짓 지났지만 민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박 의원의 제명으로 끝낼 게 아니라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수사기관 의뢰 등 책임 있는 자세로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반복되는 성추문 논란의 원인으로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수습만 하고 의식 개선이나 재발 방지 대책은 없었다”며 “절치부심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성비위 사태로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자초하고서도 지난해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지사를 두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치르고 있는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성명을 내고 “성비위 제명자의 복당을 영구적으로 금지하고, 성비위 당직자에 대해서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실시해야 한다”며 당 지부도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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