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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명강행, 첫 임시국무회의…尹, “손실보상 안 하면 법치국가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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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였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국무회의를 ‘임시 국무회의’로 명명했다. 여야의 힘겨루기 속에 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의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장관 두 명을 참석시키는 ‘어색한 동거’를 감수하고 국무회의를 주재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서울 용산청사 7층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이긴 하지만, 용산 새 청사에서 개최하게 됐다”며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민과 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는데 그 첫걸음을 내딛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약속드린 대로 소상공인들에게 손실보전금을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해 드릴 것”이라며 “늘 강조했다시피 코로나 방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손실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의ㆍ의결한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13일 국회에 제출된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회의 대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를 열기에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무릎 쓴 첫 장관 후보자 임명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이 곧 개최되는 데다, 내치 주무 장관을 오래 비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무회의 개의 요건인 국무위원 과반(11명) 참석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 이날 회의엔 윤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위원 12명이 참석했는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윤 대통령이 임명한 9명 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함께했다. 이들은 야당 출신 정치인이 아닌, 정통 관료 출신의 장관들이다. 이들의 어색한 동거는 카메라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새 정부 국무위원들은 회의 전에 웃으며 대화를 하거나 어깨를 두드리곤 했지만, 전임 정부 장관들은 주로 정면을 응시해 대비됐다.

윤 대통령이 이러면서까지 국무회의를 연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금 당장 급한 불을 끄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복지비용으로 재정 건전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에게 적시에 손실보전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회의 발언으로 이런 인식을 내비쳤다.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제일 문제가 물가”란 말을 한 것도, 13일 첫 현장 행보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을 점검하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추경 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런 위기의식과는 별도로,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장관 후보자 여럿이 아직 국회의 문턱을 못 넘는 상황이다.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러잖아도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큼의 국정운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선전 포고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히 뜨거운 감자다. 한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와 직결돼있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장관과 달리 총리 인준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한 후보자 임명이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공약 관련 법안 한 개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원내에서 ‘정호영 카드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라거나 ‘정호영ㆍ한동훈 카드 중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윤 대통령 측에 전달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윤석열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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