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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0억이 오늘 3억 됐다…"루나·테라, 죽음의 소용돌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암호화폐 시장이 12일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 급락의 후폭풍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뱅크런(대량 인출사태)이 벌어지며 비트코인 3만 달러도 무너졌다. 주요 알트 코인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더리움도 이날 21% 하락했다.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급락이 시장을 뒤흔들자,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후 루나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97% 떨어진 0.3달러 수준이다. 하루 사이에 휴짓조각이 됐다. 1달러에 가치가 고정돼 있어야 하는 테라는 이날 오후 0.63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 등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코인이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이 만들어 ‘김치 코인’이란 별명이 있다. 루나의 경우 올해 초 전체 암호화폐에서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달 11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르기도 했다.

루나의 자매 코인인 테라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더처럼 담보물을 현금이나 채권 등 유동자산으로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테라는 자체 발행한 루나와 테라의 공급량을 연동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유지해왔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를 지불하고 테라를 사들이며 테라의 공급량을 줄여 1달러로 복귀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서면, 루나를 사고 테라를 시장에 풀면서 가치를 떨어뜨렸다. 큰 충격에 대비하는 준비금은 비트코인으로 보유했다.

'폰지 사기'라는 비판에도 루나 시세가 오르며 이런 알고리즘은 잘 굴러갔다.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테라 값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시작됐다. 지난 10일 오전 1시쯤 테라 가격이 0.9달러대로 내려간 뒤 1달러로 회복하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0.6달러 수준에서 테라폼랩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빌린 자금으로 테라의 가격 방어에 나서면서 이날 오후엔 0.9달러대선까지회복했지만 겁에 질린 투자자의 팔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1일 오후 테라의 가격은 0.3달러까지 떨어졌다. 급락의 시너지 효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이날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이것이 유지될 것이란 투자자의 믿음에 기반한다"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두 암호화폐의 가치가 함께 붕괴하면 가격 방어를 위한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12일 루나(LUNA)의 가격은 97% 하락해 0달러대가 됐다. 코인마켓캡 캡처

12일 루나(LUNA)의 가격은 97% 하락해 0달러대가 됐다. 코인마켓캡 캡처

루나와 테라의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테라 급락의 불똥은 테더로 튀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도 1달러를 벗어난 것이다. 테더는 지난 11일 오후 9시쯤 0.99달러로 내려온 뒤 가치를 회복하지 못했고 12일 오후 4시 기준 0.97달러까지 떨어졌다.

테더 측은 “담보물이 현금 등 유동자산으로 구성된 테더는 (테라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자산”이라고 공지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690억 달러(약 89조원)에 달하는 테더가 달러와 1대1 교환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지 많은 투자자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약세를 이어온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만 달러 선이 무너지며 2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라의 가치 방어를 위해) 테라폼랩스가 비트코인 매각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일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먼저 팔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담보물로 총 35억 달러(약 4조45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는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도 테라 사태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의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승인을 요구했다. 옐런은 “테라의 추락은 빠르게 변동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도 투자자에게 루나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 10일 코빗과 빗썸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루나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11일 업비트도 “루나의 통화량 조절 알고리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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