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십자군 복장 입고 닭인형 '꽥꽥'…'1호선 빌런' 안타까운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의 한 역에서 십자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에 은색 투구를 쓴채 성경책과 닭인형을 들고 다니는 남성이 포착됐다. [트위터 캡처]

지난 11일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의 한 역에서 십자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에 은색 투구를 쓴채 성경책과 닭인형을 들고 다니는 남성이 포착됐다. [트위터 캡처]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열차에서 십자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에 은색 투구를 쓴 채 성경책과 닭인형을 들고 다니는 남성이 화제다. 당사자로 추정되는 인물 A씨는 온라인에 직접 자신의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12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전날 지하철 1호선에서 해당 내용의 승객 불편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이 사연은 한 네티즌이 트위터에 A씨의 사진과 함께 "1호선 지하철을 탔는데, 닭 인형을 누르면서 계속 꽥 소리를 냈다. 성경책도 들고 있었다"고 올리며 확산했다. 해당 트윗은 1만회 넘게 공유되며 온라인에 빠르게 퍼졌다.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날 온라인에 직접 등판(?)해,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이런 복장으로 바깥을 돌아다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인기피증이 심해서 정신과 치료를 10년 가까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받아도) 더 나아지지도 않고 약 먹으면 너무 졸려서 사회생활을 못한다"며 "그냥 약을 끊었는데, 버스만 타도 가끔 혼자 소리 지르고 발작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약을 끊은 지 몇 달 뒤 빚이 억대로 생겼고, 가족이 모아둔 돈을 전부다 여행 가는데 썼다"며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갑옷을 산 뒤 남은 돈을 다 쓰고 극단선택을 하려 했다"고 했다.

[A씨 인스타그램 캡처]

[A씨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투구 때문에 심리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드는 건지 갑옷을 입고 돌아다녔더니 발작을 안 했다"며 "신기해서 인천 부평도 가고, 돌아다녀 봤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도 섞고 셀카도 찍어주는데 별일 없이 집에 돌아오니까 기분 묘했다"고 밝혔다.

또 "닭인형은 옷차림을 보고 간혹 사람들이 놀라길래 사서 들고 다닌다. 성경책은 서점에서 코란을 사려 했는데 코란이 없어서 대신 샀다"며 "다음 정신 감정검사에서 정상이 나올 때까진 계속 갑옷을 입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인기피증을 주장한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하철역에서 춤을 추거나, 피임기구에 공기를 불어넣는 영상 등을 올리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