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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가 되살아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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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무공해 영농 확산후 늘어/한되 만2천원… 수입 짭짤/경남 산청선 특산물로 인기
과다한 농약살포와 화학비료 중심의 벼농사로 사라져가던 벼메뚜기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수년전부터 농약ㆍ화학비료에 의한 공해가 없는 속칭 「무공해」 쌀농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메뚜기가 늘어나면서 농민들은 저공해 쌀을 비싸게 팔아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데다 메뚜기를 잡아 팔아 또다른 농외수입까지 얻고 있다.
어른들의 경우 하루 2∼3되의 메뚜기를 잡을 수 있는데 말린 메뚜기 1되(2ℓ)에 농협수매가가 1만2천원씩 하기때문에 일손이 빌때면 하루 3만∼4만원정도를 벌수 있다.
농촌출신 사람들에게는 늦가을 한철 고소하고 맛있었던 도시락 반찬으로,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값비싼 술안주로 향수가 어린 메뚜기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건 약 20년 전부터였다.
공업화의 물결을 따라 농촌을 파고든 이농현상으로 농촌의 일손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김매기부터 병충해방제에 이르기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농약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졌고 이에따라 익충인 메뚜기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농약과다 사용에 따른 농산물의 잔류농약이 인체에 끼치게 되는 엄청난 해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생활수준 향상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속칭 「무공해영농」이 80년대들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대폭 줄이고 퇴비 등 유기질 비료를 사용한 농사가 도시인들과의 계약에 의해 늘어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메뚜기가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다.
이들 무공해 영농은 큰 평야에서 다소 떨어진 산간지방이나 들이 좁은 고장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메뚜기도 산골지방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지리산기슭인 경남 산청군 차황면 궁소ㆍ매곡리 마을일대.
지리산의 맑은 물과 비옥한 토질을 이용해 이 마을 주민들은 10여년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퇴비만 사용한 무공해 쌀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매년 메뚜기가 늘어났다.
차황면 농협은 건강식품으로 인기있는 메뚜기를 지난해부터 수매해 포장,산청특산물로 판매해 농민소득증대에 큰 몫을 하게됐다.
지난 15일부터 시작한 올가을 메뚜기 수매는 열흘남짓된 27일 현재 2백되를 넘었다.
차황농협은 올해 수매목표를 1천되로 잡고있으며 이미 수매한 2백여되중 1백되를 2홉들이 봉지에 나누어 담아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창원시 반림동 럭키아파트 농산물 판매장에 봉지당 3천원씩 팔기도 했다.
또 5일과 10일에 열리는 차황장날에는 잡은 메뚜기를 수매하러 나온 주민들로 농협창구가 붐빌 정도다.
소백산줄기인 경북 상주군 공검면 중소리 김두해씨(64)도 9천여평의 논을 무공해 영농으로 일반영농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보다 가마당 4만원가량 비싼 쌀을 생산할뿐 아니라 벼메뚜기까지 잡아 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전북 고창군 흥덕면 사천리 내사마을 정성열씨(55) 등 주민들과 전북 임실군 임실읍 화성리 이진하씨(34) 등 9가구 주민들도 무공해 영농이후 나타난 수많은 메뚜기들로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다.<모보일ㆍ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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