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집단감염? '코로나 청정' 외치던 북, 김정은도 마스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12 17:02

업데이트 2022.05.12 17:40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관영 매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자부해온 북한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나 확진자 수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전면 차단했다. 특히 중국·러시아 등과 접하는 접경 지역을 엄격하게 통제했는데, 정보 당국은 북한이 국경에 접근하는 사람은 물론 동물까지도 경고 없이 사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해 옹진반도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해상에서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그랬던 북한이 올해 들어 방역을 다소 완화했다. 1월 운행을 재개한 북·중 간 화물열차 이동과 서해 상에서 부쩍 활발해진 선박 간 불법 환적 등 해상교역이 유력한 바이러스 유입 경로로 꼽히는 이유다. 외부에서 들여온 물자는 의주비행장과 남포항 등에서 일정 기간 자연 방치하는 방식으로 검역 절차를 밟지만, 물자가 오가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적 접촉까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 8기 8차 정치국 회의에서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 문제를 다뤘다며 "정치국은 우리 나라 주변 지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각종 변이 비루스 감염자가 늘어나는 보건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방역 부문의 무경각과 해이,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했다"고 했는데, '주변 지역'의 확산 상황을 언급한 건 교역 재개로 인해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난 데 대한 질책으로 볼 여지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2년 이상 '코로나 환자 제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북·중 간 육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라며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행사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적 접촉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4월 진행한 대형 정치 행사가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행사 준비를 위해 각지에서 물자와 인력을 동원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 25일) 등을 맞아 열병식, 군중시위, 무도회 등을 열어 대규모로 주민을 동원했는데, 주민 대부분이 '노 마스크'였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를 '전염병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했던 2020년 7월에도 북한은 정치국 회의를 열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개성시를 3주간 완전히 봉쇄했다.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한 북한 입장에선 한번 뚫리면 완전히 끝난다는 절박감이 총력 대응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코로나19 감염을 중대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즉시 보도한 것"이라며 "자칫하면 빠르게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긴급회의를 열어 가능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비상방역사업에서 예견성 있는 조치를 통해 사소한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비상방역사업에서 예견성 있는 조치를 통해 사소한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노동신문, 뉴스1

아직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5월 모내기 철을 맞아 협동농장에서 집단생활을 하던 단체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농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은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코로나 감염 사실을 알린 것을 보면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에게 시급히 알려, 지역들을 일거에 봉쇄하고 인원 이동을 막아야 할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정치국 회의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는 사태가 확산되지 않고 조기에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과 남북 간 방역·보건의료 협력은 인도적 차원에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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