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역대급 '고무줄 세수'에… "尹정부, 손 안대고 코푼 격”

중앙일보

입력 2022.05.12 16:30

업데이트 2022.05.12 17:59

올해 당초 예상보다 53조3000억원이나 더 걷히는 세금 덕분에 이번 역대 최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빚 없이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9조원의 국가채무 상환까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나랏빚 때문에 이번 추경안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던 새 정부에겐 이런 대규모 세수 오차가 역설적으로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수 재추계에서 올해 세입 전망은 총 396조6000억원으로 본예산(343조4000억원)보다 53조3000억원이 늘었다. 기재부는 “기업실적 개선, 소비회복 및 수입액 증가에 따라 3대 세목인 법인세ㆍ근로소득세ㆍ부가가치세 등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까지 세입 실적을 감안해 크게 증가한 세목과, 감소할 것으로 봤으나 반대로 증가한 양도ㆍ상속증여세 등의 세목을 재추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구체적으로 법인세는 올해 104조1000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29조1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번에 늘어난 초과 세수의 54.6%를 차지한다. 올해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 실적을 기준으로 납부하는데, 지난해 반도체ㆍ금융ㆍ철강ㆍ정유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덕을 봤다. 법인세는 올해 3월 현재 벌써 전년 대비 10조9000억원이 더 걷혔다.

고용이 늘고 임금이 상승해 근로소득세는 10조3000억원, 수입액 증가 및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부가가치세는 1조8000억원 각각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예산안을 짤 때만 해도 올해 39%나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으나, 이번 재추계에선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수는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초과 세수 덕에 '빚' 없이 추경 

김문건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세수 오차는 우선 지난해 7~8월 ‘2022년 세입예산’ 편성 시, 2021년 세수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지난해 7월 이후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환율ㆍ유가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전망 시기와 실제 세수가 들어오는 시기에 시차가 있고, 이 기간 예상치 못한 각종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오차가 생겼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이어 “요즘 같은 전환기적 상황에서는 해외 주요국도 국세 증가율 변화가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지난해 61조4000억원 규모의 초과 세수로 사상 최대의 세수 오차를 낸 기재부가 올해도 역대급의 세수 오차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빚잔치’ 논란은 벗어났다지만, 당초 추계보다 15.5%의 오차가 발생하면서 ‘고무줄 세수’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빗나간 세수 추계는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으로 이어지게 되고, 반복되는 세수 오차는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다.

당장 야권에서는 기재부에서 의도를 가지고 오차를 낸 것이라 의심하며 국정조사까지 밀어붙일 분위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기재부와 예산 당국이 세수 규모를 자기들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지난해 50조원 초과 세수가 발생했을 때도 (제가)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이미 1차) 추경을 하고도 또 53조원의 초과 세수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野, "기재부의 재정 쿠데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올해 초 추경 국면에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50조원 추경을 반대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거론하며 “홍 부총리는 당시 50조원의 추경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가능하다고 대답했어야 했다. 기재부의 재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이어 “축소된 1차 추경과 한참 늦어진 손실보상으로 피해는 소상공인과 국민이 떠안게 됐다”며 “전임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면서도 국채발행 없이 대규모 추경을 하게 된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초과 세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의 각료·기재부 하에서 늘어난 것”이라며 “자신들이 여당 시절에 추계했던 것을 ‘왜 틀렸냐’고 그러면서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올해 1월 1차 추경 당시 초과 세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1월 세수 실적도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수를 재추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매달 세수 실적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세수를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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