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설치된 임시 가림막
12일 오전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전날(11일) 오후까지 보이지 않던 ‘임시 가림막’이 눈에 띄었다. 천 재질로 보이는 가림막은 사저 대나무 울타리 뒷편에 설치됐다. 담장 위로 1.5m정도 올라왔다. 너비는 7m가량 돼 보였다.
임시 가림막이 설치되기 전까진 외부에서 마당을 나온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장이 높지 않은데다 대나무 울타리도 빽빽하지 않아서다. 언론사 카메라 등엔 고양이를 안고 있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이나 측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잡히기도 했다.
관람객들 "아쉽다", "이해한다", "불통" 엇갈려
귀향 사흘째인 이날에도 외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과 사저를 먼 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방문객은 어리둥절해했다. 이모(40대)씨는 가림막을 가리키며 “저런 게 있었나”라며 “혹시 지나가는 (문 전 대통령의) 얼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 조용히 지내고 싶으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양산으로 향하면서 “해방”, “자유인”임을 강조하며 ‘잊혀진 조용한 삶’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자신을 부산에서 왔다고 소개한 박모(50대)씨는 “(반대단체 집회 때문에) 오죽 힘드셨으면 저렇게 했을까”라며 “밖에 나오시지도 못하고 불쌍하다. 이런 식이면 아무도 대통령 안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수성향 단체인 벨라도는 이날 오전부터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약 100m 떨어진 도롯가에 차량을 세운 채 확성기를 틀어놨다. 전날 밤새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는 방송을 틀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확성기 소리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심야 소음기준(55dB) 이하여서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가림막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양산 주민 김모(60대)씨는 가림막을 가리킨 뒤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며 “어차피 사저 안에서는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안 들릴텐데, 저렇게까지 한 것은 ‘나는 여기 터를 잡았으니 이제 (반대단체 집회 등은) 신경 안 쓰겠다’는 표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밤샘 집회에 주민 불만 쌓여
사저 주변 소음에 대한 주민의 불만은 쌓이고 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밤샘 집회로) 밤잠을 설쳤다. 너무한 것 아닌가”라며 “도심지면 어떨지 몰라도 여기는 조용한 산 속이라 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산시와 경찰엔 집회 관련 민원만 최소 40건 이상 접수됐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이 단체의 야간 방송을 멈추려 진정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이후 경찰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달에 주요 공식일정을 앞둔 상태다. 오는 22일에는 한·미정상회담 차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튿날인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8주기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추도식 참석자 명단은 18일쯤 확정되면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