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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임하자 ‘CVID’ 부활했다…조현 유엔 대사 “北 대가 치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북한 비핵화 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을 공식적으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도발로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다.

조 대사는 또 “북한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및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하는 추가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尹 취임하자 비핵화 목표 '원칙'으로  

 조현 주유엔 미국 대사는 지난 3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CD' 표현을 사용했지만 ,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회의에선 CVID를 언급했다. [유엔웹티비 캡쳐]

조현 주유엔 미국 대사는 지난 3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CD' 표현을 사용했지만 ,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회의에선 CVID를 언급했다. [유엔웹티비 캡쳐]

앞서 지난 3월 25일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 때만 하더라도 조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 'CD'(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수년간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면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써온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CVID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당시 CVID에서 V(검증가능성)와 I(불가역성)를 삭제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후 이를 공식 비핵화 용어로 사용해 왔다. 외교부 역시 그간 보도자료나 회담 결과 문서 등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원칙으로 '핵 사찰'과 '불가역성'을 담은 CVI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원칙으로 '핵 사찰'과 '불가역성'을 담은 CVI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에서 드러난 비핵화 표현의 변경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핵화 원칙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방향 전환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안보 문제를 다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인 유엔 안보리에서 비핵화 표현을 변경한 것은 의미가 있다.

尹 "핵 사찰, 불가역적 비핵화" 

실제 윤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에서 사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11일(현지시간)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주먹 악수를 나누는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주먹 악수를 나누는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로이터=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핵 사찰을 받는다든가,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단행할 경우”에는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 사찰은 CVID 중 검증, 즉 V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사실상 CVID의 핵심이다.

조 대사는 지난 3월 안보리 회의에 이어 이날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provocation)'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는 표현 대신 '위협'이라고 표현해 왔다. 군 당국이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대사의 도발 표현 역시 새 정부의 대북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사는 북한의 핵 무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그간의 안보리 대응이 북한에 대한 억지 차원에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ICBM 발사를 포함해 올해 초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북한의 핵 능력이 실제 사용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병식에서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었다.

중·러 비토 "제재는 적절한 방법 아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 추가적인 대북 제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PF=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 추가적인 대북 제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PF=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역시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적 도발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추가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이튿날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원유·정제유 수입 허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거부권 행사가 계속되며 결의안 채택은 약 50일간 공전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장준(張軍) 주유엔 중국대사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여전히 제재의 마법적 힘에 미신적으로 여전히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 역시 “안보리가 과거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에 눈을 감고 제재를 강화하기만 했다.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 주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제재 불가론으로 일관했다. 결국 이날 안보리 회의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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