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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닌 "푸틴씨" 칭했다…우크라 갔던 질 바이든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푸틴 씨(Mr. Putin), 제발 이 무의미하고 잔인한 전쟁을 끝내주세요."  

바이든 여사 CNN 기고 #목도한 전쟁 참상 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자신이 목도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한 CNN 기고에서다. 

질 바이든 여사가 9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대통령궁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질 바이든 여사가 9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대통령궁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를 전격 방문해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바이든 여사의 대변인 마이클 라로사는 이 글에 대해 "영부인이 9일 귀국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손으로 썼다"고 밝혔다.

바이든 여사는 기고에서 "전쟁터를 방문해 변하지 않고 돌아올 수 없다"며 "슬픔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머니의 날'에 우크라이나를 찾은 바이든 여사는 우선 우크라이나 어머니들과 만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슬픔이 연무처럼 내려와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얼굴을 뒤덮었다"며 "슬픔을 억누를 수 없는 듯 어머니들의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자녀들의 손을 꼭 잡거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질 바이든 여사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8일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의 학교에서 난민들을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질 바이든 여사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8일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의 학교에서 난민들을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면서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어머니들은 용감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굽은 어깨엔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고, 긴장감은 온몸에 감돌았다"며 "여성의 일반적인 언어인 웃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바이든 여사는 우즈호로드는 물론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에서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만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외로 도피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은 약 598만 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실향민까지 합치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최소 1200만 명에 달한다.   

8일 바이든 여사와 젤렌스카 여사가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 바이든 여사와 젤렌스카 여사가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난민들로부터 들은 참혹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우즈호로드에서 만난 한 젊은 어머니는 내게 말하길 그와 그의 가족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을 때 러시아 군인들이 빵 한 조각을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에서 만난 어머니들은 내게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동안 밤마다 폭탄이 떨어져 공포에 떨었다고 했고, 한 11세 소년은 손에 가족의 전화번호를 적은 채 혼자 우크라이나를 도망쳐 나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여사는 "2월의 추운 날에 많은 사람들이 신발과 소지품도 거의 없이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한 가지 소망을 품고 두려움에 떨며 도망쳤다"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는 공식 집계인 3381명보다 수천 명이나 더 많다고 유엔 인권 감시단은 10일 전했다. 

바이든 여사와 젤렌스카 여사가 8일 우즈호로드에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의 날 선물을 만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여사와 젤렌스카 여사가 8일 우즈호로드에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의 날 선물을 만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여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 여사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젤렌스카 여사는 내게 그의 나라 국민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음식·의류·무기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그는 푸틴의 무의미하고, 잔인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공개했다.

이어 "젤렌스카 여사에 따르면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강간당했고, 많은 아이들이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거나 집이 불타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남편 젤렌스키 대통령, 두 자녀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남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항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이든 여사는 작가 칼릴 지브란의 글을 인용해 "슬픔이 당신에게 깊이 새겨질수록 당신은 더 많은 기쁨을 담을 수 있다"고 한 뒤 "내가 만난 어머니들을 위해 이것이 사실이길 소망하지만, 이는 전쟁이 끝날 때에만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푸틴)을 호명한 뒤 "전쟁을 끝내달라"고 촉구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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