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비닐하우스 왜 망보나 했더니…'속띠아' 소굴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12 13:52

업데이트 2022.05.12 14:06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농촌 마을. 광활하게 펼쳐진 논·밭 한가운데 한 동의 비닐하우스가 들어섰다. 겉모습만 보면 농작물을 키우는 여느 비닐하우스다. 하지만 낮에는 항상 문이 잠겨있고, 농기계가 아닌 수상한 차들로 붐볐다. 땅거미가 진 늦은 저녁에야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것도 베트남인들이 집중적으로 오고 갔다.

마을 주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이곳의 정체는 지난 1일 오전 4시쯤 경찰의 습격하면서 드러났다. 베트남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이었다.

경찰이 적발한 외국인 불법 도박장.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이 적발한 외국인 불법 도박장. 경기남부경찰청

베트남인 대상으로 ‘속띠아’ 도박장 운영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도박장 개설 혐의로 30대 베트남인 A씨 등 5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들이 운영한 도박장에서 도박한 베트남인 등 35명을 도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구속된 베트남인들은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이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베트남 전통 도박인 ‘속띠아’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속띠아는 그릇 안 주사위 색을 맞추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홀짝 게임 같은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 도박장에서 지난 3개월간 25억원의 판돈이 오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박 현장에 현금이 쌓여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도박 현장에 현금이 쌓여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인천 지역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안산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장소를 옮긴 이들의 범행은 치밀해졌다. 국내에 있는 베트남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외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은밀하게 도박할 사람들을 모았다. 경기도 전역과 서울·인천은 물론 전남·경남 등 전국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경찰 추적 막으려 ‘문 방’ 세우고, 소란 피우면 폭행도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도박장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 “OOOO역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알렸다. 연락하면 운반책이 차량에 태워 도박장으로 데려왔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박장으로 오는 길목 곳곳에 망을 보는 ‘문 방’을 세웠다고 한다.

A씨 등은 도박장에서 도박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로 5%를 챙겼다. 소란을 피운 사람은 폭행하는 등 위협하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가 베트남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을 급습한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가 베트남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을 급습한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특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한편 드론을 띄워 주변 지형지물을 살피는 등 검거 작전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1일 현장을 급습해 주범 A씨 등을 비롯해 베트남인 등 총 40명을 적발했다. 5300만원의 현금과 영업 장부 등도 압수했다.

도박장 이용자 35명 중 15명은 불법체류자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출입국·외국인청으로 인계했다. 입건된 이들 중에는 베트남인 여자친구를 따라온 한국인 1명이 포함됐다. 이 한국인은 도박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박덕순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장은 “이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도박장을 운영한 만큼 도박장 이용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한 영업 장부를 통해 추가 도박행위자와 도박자금 흐름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외국인 불법 도박장 등 체류 외국인의 세력‧조직 범죄를 적극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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