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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돈내고 앉았다…27만 도시서 100만명 모은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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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경 예울마루 예술운영 자문. 전남 여수의 공연ㆍ전시장인 GS칼텍스 예울마루의 10년 전 개관부터 함께 했다. [사진 예울마루]

고희경 예울마루 예술운영 자문. 전남 여수의 공연ㆍ전시장인 GS칼텍스 예울마루의 10년 전 개관부터 함께 했다. [사진 예울마루]

“뭔가가 좀 달라요. 객석에 앉아 있으면 ‘오늘 이 공연이 잘 끝나게 하고야 말겠다’는 열기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의 말이다. 그가 예사롭지 않은 뜨거움이 있다고 전하는 공연장은 전남 여수시의 GS칼텍스 예울마루. 2012년 5월 개관해 올해로 10주년이다. 고희경 교수는 처음부터 2017년까지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 전반을 책임졌다. 현재는 예술운영의 비상임 자문으로 기획 공연과 대관 전반을 담당한다.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예울마루 개관 10주년

예울마루가 10년 동안 기록한 숫자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누적 관객 102만명이 다녀갔다. 그중 65만명이 공연, 36만명이 전시 관람객이었다. 나머지는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다. 인구 27만인 도시 여수에서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 19의 타격이 물론 있었지만, 공연장이 자체 기획한 공연에 대한 관객 성원이 특히 뜨겁다. 2019년 12월까지 예울마루 기획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이 73.2%다. 청중 중에 제 돈을 내고 앉은 이들의 비율이다. 전국 문예회관의 평균은 39.9%다.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예울마루 개관 10주년 

초청받아 무료로 오는 대신 티켓을 구매하는 충성 관객이 많은 비결은 있다. 우선 공연기획 전문인력이 만드는 기획공연이 꾸준히 올라왔기 때문이다. 고희경 교수는 “현재 연간 20편 내외의 기획 공연을 올린다. 2019년엔 58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초대권 배포 아예 안 한다 선언하고 유료 관객에 집중했다”고 했다.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티켓을 무료로 나눠주면 처음에는 잘 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오래 가지 못하리라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예울마루. [중앙포토]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예울마루. [중앙포토]

그 결과 집중력 높은 청중이 형성됐다. “객석에서 공연을 같이 만들고 있다는 마음이 보인다. ‘우리 지역에서 이런 좋은 공연을 하니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이다.” 고 교수는 “여수ㆍ순천ㆍ광양까지 청중 범위를 잡았고, 이들에게 여기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자부심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가 2006년 사회공헌기금 1000억원을 예산으로 지역의 의견을 물었을 때 병원ㆍ학교 대신 문화시설을 선택한 지역민들의 마음을 반영했다. 지역밀착형 극장이라는 점은 관객 분포에서 확인된다. 기획 공연 중 61%가 전남 도민이다.

무료 티켓 없이, 공연 수준은 높게 

정공법도 주효했다. 고 교수는 “무엇보다 공연의 수준이 높아야 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첼리스트 양성원이 기획하는 실내악 축제는 2015년부터 매년 10월 열린다. 한국 연주자는 물론 양성원이 해외에서 교류한 음악가까지 함께하는 음악제다. 지난해엔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필립 블록 교수가 러시아 음악의 계보를 훑는 렉처 콘서트를 열었다. 만만치 않게 어려운 주제에도 청중의 호응은 높았다고 한다. 고 교수는 “진정한 팬이 매년 50명씩만 늘어나도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기획 프로그램을 끌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전남, 또 여수와 지역 연고가 없다. 서울의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이던 때에 ‘개관만 도와달라’는 부탁으로 맡았다가 10년이 됐다. 동력은 극장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한국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공연장 기획 전문가다.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기획 팀장,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을 거쳤고, 현재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예울마루 또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때까지 만들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지역 주민뿐 아니라 외부 관객을 끌어들이는 종합 장르의 축제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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