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인사가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기자단에 보낸 공지사항을 통해 정 원장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뒤 9개월여 만에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정 원장의 사의 표명에 당황한 기색이다. 한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정 원장 유임설도 돌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새로운 공공기관장 내정이 본격화하자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정 원장의 사의 표명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라며 “사의 표명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첫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차관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2019년 기재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맡았다.
정 원장은 취임 이후 “규제보다 지원”을 앞세운 시장 친화적 행보로 주목받았다. 지난 1월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먼지털기식’ 종합검사를 개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종합검사는 금융사의 경영실태부터 건전성 등 업무 전반을 샅샅이 훑은 ‘저인망식’ 검사였지만, 개편 이후 회사의 업무 특성에 따라 검사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앞서 지난 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양대 금융수장이 모두 바뀌게 될 전망이다. 고승범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됐다.
정 원장의 후임으로는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직 검찰 간부 등 법조인 출신의 이름도 후임으로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