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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러시아가 띄워준 칼륨 몸값…3분기엔 정말 부르는 게 값?

중앙일보

입력

‘설마’ 했던 전쟁이 시작됐고, 두 달을 훌쩍 넘겼지만,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광기를 거둬들일 명분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끝나요.”라던 분들, 어디론가 다 숨었군요. 2년 넘게 아팠던 몸을 살포시 일으켜보려던 세계 경제는 도리어 두통까지 얻은 형국. 충격이 누적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죠. 특히 물가 어쩔 거예요!!!

기업 입장에서도 전쟁은 상당한 리스크 요인입니다. 가격 폭등은 둘째치고, 아예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죠. 수출길이 가로막혀 곤란한 곳도 있고요. 하지만 전쟁 덕(표현이 좀 이상하지만)을 보는 기업도 있습니다. 오늘 만나볼 유니드가 그런데요. 구독자 Lind****@gmail.com님이 제안해 주셨습니다.

가성칼륨. 셔터스톡

가성칼륨. 셔터스톡

유니드는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쓰이는 기초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 주력 제품은 가성칼륨(KOH, 수산화칼륨)과 탄산칼륨(K2CO3)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농약이나 비료를 만들 때 쓰는데 의약품, 식품첨가물로도 많이 사용하죠. 반도체나 태양전지를 만들 때도 빠질 수 없고요. 이 칼륨계 제품의 글로벌 최강자가 바로 유니드(가성칼륨 시장점유율 약 30%)입니다.

유니드 울산공장. 유니드

유니드 울산공장. 유니드

가성칼륨이나 탄산칼륨의 원재료는 소금의 일종인 염화칼륨(KCl). 염화칼륨 수용액을 전기 분해하면 칼륨(K), 염소(Cl), 수소(H2)로 쪼개지는데요. 칼륨을 수산화이온(OH-)과 반응시키면 가성칼륨이 만들어지고, 이걸 또 이산화탄소(CO2)와 반응시키면 탄산칼륨이 탄생하죠. 이과 놀이는 여기까지. (아, 염소를 내다 파는 것도 아주 쏠쏠한 사업 중 하나!)

아무튼 염화칼륨으로 만드는 거니까 염화칼륨의 가격이 아주, 매우 중요하겠죠? 그런데 염화칼륨을 많이 내다 파는 나라는 크게 3곳. 캐나다(39%)·벨라루스(21%)·러시아(20%) 3강 중 두 나라의 염화칼륨 수출길이 전쟁 여파로 막혔습니다. 그럼 유니드도 원재료 수급에 타격을 받아야 하지만! 운이 좀 따랐습니다. 오래전부터 100% 캐나다에서만 수입해왔기 때문이죠.

반면 유니드의 경쟁사(특히 중국)는 러시아 쪽의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요. 만들고 싶어도 재료가 없어 못 만드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제재가 당장 풀리는 건 아니니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테고, 당연히 유니드에겐 기회입니다.

가성칼륨은 식품 첨가물로 많이 쓰인다. 셔터스톡

가성칼륨은 식품 첨가물로 많이 쓰인다. 셔터스톡

물론 염화칼륨 가격이 엄청 뛰긴 했습니다. 평소 톤당 3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700달러에 근접하는 중. 원자재 가격 상승은 유니드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만 이건 가성칼륨 판매가에 거의 반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톤당 757달러였던 가성칼륨 수출 가격은 현재 1000달러에 근접.

칼륨계 제품은 식품부터 반도체까지 안 쓰이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했는데요. ‘꼭 필요한 거니까 수요는 유지→염화칼륨 공급 부족으로 경쟁사들 생산량 급감→유니드 제품 인기 급상승’ 행복 회로를 좀 돌리면 이런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거죠. ‘3분기부터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한화투자증권), ‘1위 시장점유율 지위는 판가 반영 속도와 가격 결정에 유리한 위치’(KB증권) 등의 낙관적인 전망이 많은 이유입니다.

1분기 매출(3704억원)과 영업이익(585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7%, 33.6% 증가하며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2·3분기엔 진짜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줄지도 모를 일. 수출 비중이 워낙 높아서(가성칼륨의 경우 수출이 90%) 최근 급등한 운임 비용이 부담스럽긴 한데요.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상쇄해주리란 기대도 있습니다.

칼륨계 제품 제조 과정. 유니드

칼륨계 제품 제조 과정. 유니드

사실 유니드는 가치 투자자 사이에선 꽤 알려진 종목인데요. 칼륨계 제품+염소+MDF(가구나 인테리어 마감재로 많이 쓰는 중밀도 합판, 국내 1~2위를 다툼)로 구성된 사업군이 매우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1982년 공장을 설립한 이후 한 번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성장해왔죠.

꾸준함은 좋은데 주가 측면에선 정말 재미라곤 없던 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수소 경제와 탄소중립 이슈가 부각되면서 4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5만원까지 급등!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탄소포집(CCUS) 기술(블루 수소의 핵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인데 탄산칼륨이 포집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거죠. 아직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단계라 단언하긴 이르지만, 미래형 아이템 중 하나인 건 분명.

유니드는 국내 대표 화학기업인 OCI의 계열사이기도 한데요. OCI그룹은 겉보기에 하나지만 안에선 OCI, SGC(삼광글라스), 유니드 계열로 각각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죠. 유니드는 고 이수영 회장의 동생인 이화영 회장이 확실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자사 MDF를 활용한 마루 브랜드 올고다. 유니드

자사 MDF를 활용한 마루 브랜드 올고다. 유니드

장남인 이우일 부사장이 최근 사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죠. 승계 작업이 한창인 만큼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큰데요. 실제로 2020년부터 2차 전지, 액화수소 업체에 지분 투자를 진행 중. 이 부분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합니다.

이제껏 잘 해왔고, 중장기적인 매력도 충분해 보입니다. 가치 투자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종목인 건 확실. 다만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앞서 전쟁이 기회가 됐다고 했는데 반대로 말하면 전쟁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유니드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많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유니드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38%가량 상승했습니다. 금리 인상 충격에 코스피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중이란 걸 고려하면 대단한 퍼포먼스인데요. 호재가 충분히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전쟁 관련주 아닌 가치주로 접근해야

이 기사는 5월 1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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