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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비싼 것 아니다" 8만원대 호텔빙수가 잘 팔리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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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유통업계가 각양각색의 빙수를 내놓으며 때 이른 ‘여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 맞는 여름인 만큼 카페와 호텔 할 것 없이 더욱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는 분위기다.

7만~8만원대 ‘애망빙’ 대세  

조선팰리스호텔이 6월까지 판매하는 '제주 카라향 빙수'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팰리스호텔이 6월까지 판매하는 '제주 카라향 빙수'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은 최근 몇 년 사이 ‘빙수 성지’로 떠올랐다. 빙수의 원조격인 팥빙수보다 제철 과일로 만든 5만~10만원 사이 고가의 제품이 주를 이룬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선팰리스호텔은 다음 달까지 ‘제주 카라향 빙수’를 판매한다. 감귤의 일종인 카라향은 1년 중 5~6월에만 수확할 수 있는 과일로 빙수 가격은 8만원이다. 빙수에 올리는 과육은 물론 얼음에도 카라향 과즙을 쓴 게 특징이다. 조선팰리스는 7월부터는 별도의 빙수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샤인머스캣 빙수가 업계 최고가(9만8000원)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 됐던 만큼, 올해도 비슷한 가격대의 샤인머스캣 빙수 등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의 2022년 빙수 3종. [사진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의 2022년 빙수 3종. [사진 인터컨티넨탈호텔]

호텔 빙수의 대세는 ‘애망빙’으로 불리는 애플망고 빙수다. 서울신라호텔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 모두 2~3인분인 한 그릇에 8만3000원이다. 신라호텔의 경우 지난해 6만4000원에서 약 30% 오른 가격이다. 이 밖에 롯데호텔(7만8000원) 웨스틴조선호텔(7만2000원) 그랜드조선제주(6만5000원)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호텔(5만7000원) 등이 애플망고빙수를 팔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빙수 하나에 애플망고가 1.5~2개 들어가는데 애플망고 원가와 물류비 등이 올라 소비자 가격도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가 “괜히 비싼 것 아냐”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도 눈에 띈다.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의 ‘또바 빙수’(5만2000원)는 국내산 대추토마토를 4일간 말린 뒤 4일간 꿀에 절여 ‘8일의 빙수’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업계 최초로 ‘시그니처 쑥 빙수’와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아보카도 비건 빙수’를 내놨다.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의 토마토 빙수인 '또바빙수' [사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의 토마토 빙수인 '또바빙수' [사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호텔 빙수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같은 과일인데 호텔에서 제공한다는 이유로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호텔 관계자는 “빙수에 들어간 과일은 자르고 즙을 낸 상태라 소비자들은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과일은 스펙에 따라서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며 “특히 크기에 따라 과육과 식감, 당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호텔 주방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면 아무래도 최상급 과일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호텔 빙수는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빙수는 호텔 음식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 사람들을 손쉽게 호텔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며 “예쁜 색감과 모양 덕에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인용에 케이크까지…카페도 ‘빙수 바람’

호텔을 중심으로 ‘빙수 효과’가 증명되면서 커피전문점들도 앞다퉈 메뉴 경쟁에 나섰다. 카페의 경우 1인 가구 증가와 혼자서 디저트를 즐기는 ‘혼디족’ 트렌드에 맞춰 1인 빙수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만원대로, 가격대비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를 앞세워 호텔 빙수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드롭탑이 내놓은 1인 빙수 모습. [사진 드롭탑]

드롭탑이 내놓은 1인 빙수 모습. [사진 드롭탑]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내용물을 탑처럼 쌓아 올린 ‘아이스탑’(1만2000~1만5000원)과 1인 빙수 ‘아이스컵’(6500~7900원)을 내놨다. 망고코코넛·딸기베리치즈·코코넛커피·블랙카카오 등 재료도 다양해졌다. 드롭탑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소비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호텔 못지않게 신선한 식재료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홀케이크를 연상시키는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 빙수' [사진 투썸플레이스]

홀케이크를 연상시키는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 빙수' [사진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도 망고와 딸기, 요거트 등을 사용한 5900원짜리 1인 빙수와 눈꽃빙수(1만800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투썸플레이스는 빙수를 케이크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 빙수’(1만500~1만3500원)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가의 메뉴가 마땅치 않은 카페의 경우 빙수가 수익을 높이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호텔 서비스는 기본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들이 ‘이 정도까지는 쓸 수 있다’고 인지하는 가격대도 높다”며 “비싸면 비쌀수록 화제가 되고 ‘작은 사치’를 누리는 만족감이 커지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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