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군지도 모르고 뽑을 바에야…교육감, 차라리 정당 공천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둔 1일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둔 1일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여전한 후보 난립과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폐해에 교육계 안팎에선 선거 제도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교육만 지방자치에서 분리할 필요있나"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교육감을 별도로 뽑는 명분은 교육의 중립성과 자주성이다. 하지만 광역단체장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까지 주민 직선으로 뽑는데 교육만 이들과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 자치를 일반행정 자치와 분리·절연시키는 게 교육의 자주성이라는 건 그릇된 인식"이라며 "교육의 시민사회적 기능 관점에서 보면 교육 자치야말로 자치 도시의 핵심 기능이며 지방자치 행정과 분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방식이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다. 시·도지사가 교육감 후보와 동반 입후보해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형식이다.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광역단체장 선거에 교육감이 포함돼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이념 성향이 달라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해외 사례를 검토해보면 지방교육행정기관은 지방자치단체 보조 기관이거나 지자체와 연계를 맺으며 업무를 수행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육의 중심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또 “여러 대안 중 러닝메이트제가 한국형 교육감 선임제도로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로 보인다”고 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도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편향해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정당과의 연계를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맥락에서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를 통한 교육감 선출은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당공천, 정당표방제로 깜깜이 선거 완화" 

러닝메이트제에서 더 나아가 교육감 선거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호한 이념 성향을 내세우는 대신 정당의 참여를 통해 책임의식도 높이고 유권자에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교육감 후보가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거나 특정 정당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정당공천 또는 정당표방제가 대표적이다.

현행 교육감 선거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고,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표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당표방제에 가까울 정도로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고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공천제를 통해 오히려 유권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또 현재 교육감 후보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선거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러닝메이트제나 정당공천·표방제가 교육감을 정치적으로 예속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러닝메이트제 등은 특정 정치적 이념과 결탁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현장의 이념화로 피해 보는 건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임명제', '학부모 직선제'…현실성 낮아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일각에선 직선제 대신 임명제로 돌아가자는 대안도 내놓는다.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추천하면 시·도의회가 동의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임명제 전환은 ‘민주주의의 후퇴’로 비춰질 수 있어 도입이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학부모나 교원 등 교육감 선거에 이해 관계가 있는 유권자만 참여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 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투표권을 누구까지 줄 것인가를 두고 현실적으로 합의가 쉽지 않은데다 자녀의 유무나 직업에 따라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가상준 교수는 “교육 행정은 결국 예산을 집행하는 것인데 제한적 주민직선제로 선출한다면 세금을 내는 다수 시민들의 참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직선제의 근간을 유지하며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전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로 드러난 문제점은 개선의 대상이지 폐지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고 교수는 “지금 문제는 현직 교육감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게임’이라는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자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선거 홍보방법 등을 도입할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