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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거해요?"...교육감 직선 15년 됐지만 "관심없다" 5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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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선거일 전 60일인 2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의 각종 행사 개최·후원이 금지되고, 정당·후보자 명의의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 뉴스1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투표 홍보물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선거일 전 60일인 2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의 각종 행사 개최·후원이 금지되고, 정당·후보자 명의의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 뉴스1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도 뽑나요?"
서울에 사는 대학생 장모(20)씨는 선호하는 교육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터라 누가 되든 나와 관계없는 것 같아서 그냥 이름 들어본 사람을 뽑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안모(25)씨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교육감 후보는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깜깜이 선거'에 직선제 반대·유보층 57.4% #관심도 비해 권한 막강, 견제 장치도 부족

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날 함께 치르는 교육감 선거는 좀처럼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직선제 선거가 시작된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무관심 속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취업준비생 윤모(26)씨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그나마 정당이란 판단 기준이라도 있지만 교육감은 그마저도 없어 무슨 잣대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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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지난 지방선거 이후 내놓은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43.6%로 절반에 못 미쳤다. 광역단체장(72.9%)이나 기초단체장(66.9%)은 물론 지방의원 선거(46.9%)보다 관심도가 떨어진다.

20대 43.5% '직선제 잘 모르겠다'

이렇다 보니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감 직선제에 반대(27.8%)하거나 잘 모르겠다(29.6%)는 유보적 응답자의 비율이 57.4%에 달했다. 직선제 찬성(42.6%) 비율은 2년 전 조사에 비해 6.4%포인트가 낮아졌다. 특히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이 증가하는 추세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대(43.5%), 30대(35.5%)에서 유독 많다. 학령기의 자녀가 없는 젊은 층의 관심도가 특히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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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임명제였던 교육감은 지방자치가 도입된 90년대부터 시도의회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뽑는 간선제로 치렀다. 하지만 인맥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참여정부 시절 직선제로 바꿨다. 2007년 부산시교육감, 2008년 서울시교육감이 각각 직선제로 선출됐지만 관심도는 낮았다. 당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15.4%에 그쳤을 정도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부터 시·도지사 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도 치르면서 투표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하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았다. 2010년 교육감 선거는 추첨에 따라 기호를 부여해 '로또 선거'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투표용지에 기호를 없애고 이름만 표시하는 대신 배열 순서를 선거구에 따라 다르게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학교 신설·배정, 선발 방식도 교육감 권한

문제는 유권자들의 이런 낮은 관심도에 비해 교육감의 권한은 '교육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하다는 것이다. 17개 시·도교육감이 다루는 한 해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총 82조원(2020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올해 예산 규모를 보면 경기도교육청은 19조3940억원으로 경기도(33조6035억원)의 절반이 넘고, 서울시교육청은 10조5886억원으로 서울시(44조2200억원)의 4분의 1이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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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도 소속 공무원보다 교사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교육 재정은 일반 재정보다 인건비 비중이 크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교육감의 인사 권한이 막강하다는 의미도 된다. 전국 39만여명에 달하는 교사는 ‘국가공무원’이지만 실질적인 인사권은 교육감에게 있다.

학생·학부모라면 교육감의 힘을 일상에서 체감하게 된다. 학교 신설이나 폐지, 학교 배정도 교육감에게 달렸다. 학생인권조례나 학원 심야교습 제한과 같은 조례 제출 권한도 있다. 학교 수업은 대부분 학교장이 담당하지만, 그 학교장을 임용하는 방식도 교육감의 권한이다. 학교 시험에서 수행평가와 지필 평가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특목고나 자사고의 학생 선발 방법도 교육감에게 달려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에 비해 견제 장치는 마땅치 않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엄격히 분리되면서 지자체장은 교육에 지원은 하지만 권한과 책임은 교육감이 쥔다. 지방의회 역시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교육 사안은 정치 쟁점에 밀리기 일쑤다. 중앙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을 차등 지원했지만 ‘교육감 길들이기’라는 반발에 2018년 폐지했다. 현재는 각 교육청이 자체 평가를 한다.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과 막강한 권한에 걸맞은 견제·감시 장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편향적 운영 등을 견제하기 위한 법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하고 상호 협력하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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