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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과 공주교대 총장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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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국립공주교대는 어제 11일까지 857일 동안 총장이 공석이다. 이 대학이 이렇게 오랫동안 총장 없이 운영되기는 1938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공주교대 총장 공백 사태는 2019년 9월 선거가 발단이다. 당시 대학은 구성원 직접 선거로 이명주 교수를 총장 1순위자로 뽑았다. 대학은 교육부에 “이 교수를 총장으로 임용해 달라”고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다시 뽑으라”고 했다. 왜 그런지는 말하지 않았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가 심의 후 임용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주교대 안팎에서는 “이 교수가 좌편향 역사 교과서를 비판해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이 교수는 2015년 언론 기고문 등에서 “검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격하하고 폄훼하며 친북적으로 모호하게 기술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며칠 뒤 거부 사유를 알렸다. 이 교수가 자동차 과태료를 늦게 냈다는 등 근거를 들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둘째),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등이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둘째),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등이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병역 회피 등 정부의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어긴 게 없는데, 먼지털기식으로 뒤진 결과”라며 반발했다. 정권과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게 총장 임용 거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장 선거 사태는 소송전으로 비화했고, 문 정권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총장을 다시 뽑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공주교대 구성원이 총장 공백 장기화 못지않게 심각하게 여기는 게 있다. 헌법적 가치인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과가 무시됐다는 점이다. 공주교대는 구성원이 합의해 직선제를 선택하고, 선관위 관리하에 선거를 치렀다. 대학 구성원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집권 세력이 금과옥조로 여긴 민주적 절차나 민주적 통제가 왜 무시되는 거냐”며 아우성이다.

이런 일은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태와도 비교된다. 문재인 집권 세력은 지난 3월 20일 검수완박법 추진을 천명했다. 이후 입법 속도전을 했고, 지난 3일 법이 공포됐다. 74년간 유지해온 사법 체계의 근간을 허무는 데 걸린 기간은 45일이었다. 많은 국민은 이 법이 문 정권이 자행한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으로 알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촛불이라는 염원은 우리의 희망이고 탄핵이라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그러나 공주교대 총장 임용 사태 등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우리 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다. 새 정부에서는 특정세력만이 아닌 모두에게 적용되는 민주적 절차의 이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