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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 출근길 언론과 문답, 소통 상시화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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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통령실

쌍방향 문답 어려웠던 청와대 때와 다른 모습

“언제든 기자실 가 국민과 소통” 초심 지켜야

어제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집무실 출근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이 등장했다. 청사로 들어선 윤 대통령은 로비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1층에 ‘국민소통관’으로 이름 붙인 기자실이 들어선 것과 관련해 “책상은 다 마련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전날 취임사에 ‘통합’ 표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취임사에서 뺐는데)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다.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를 앞두고 남은 장관 임명을 할 것인지 취재진이 묻자 “출근해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언론의 일상적인 취재 과정 같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르던 때에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관저에서 출근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없고, 대통령 주재 회의나 행사 때도 기자 몇 명이 대표로 들어가 모두발언과 분위기를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과의 문답은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같은 공식 자리에서나 가능했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도 자주 하지 않아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급하게 추진한 데 대해선 비판이 나왔었다. 하지만 어제처럼 언론과 수시로 접촉한다면 청와대를 떠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언론은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과 다름없다. 가장 뜨거운 현안을 묻고 그에 대한 반응을 빠르게 전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바로 국민과 소통하는 효과를 낸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헬기장 등으로 이동할 때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는 게 일상화돼 있다.

용산 집무실엔 윤 대통령이 출입하는 별도 통로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동선은 보안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그 통로를 쓰더라도 윤 대통령은 당선인 기간 “언제든지 1층에 가 국민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각 분야와 계층에서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는 만큼 대통령이 대국민 브리핑에 나서 진솔하게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장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자택 출퇴근도 국내에선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서울 한남동 관저 공사가 끝나더라도 집무실까지 이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청와대를 떠난 이유를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에 원탁 테이블을 놓고 참모들과도 수시로 머리를 맞대겠다고 예고했다. SNS에 일방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선택적 침묵’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임 대통령과 달리 쌍방향 소통의 의무를 다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