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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자산관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게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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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늘어난 기대수명, 코로나 등 예기치 못한 변수는 미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생애 맞춤형 자산관리는 필수가 됐다. 금융권·비금융권 가리지 않고 자산관리 대중화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상품을 다양화하고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같은 상황을 간파하고 한국에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홍콩 핀테크(금융+IT) 전문 기업 ‘프리베 테크놀러지’다. 프리베는 금융권 전문투자자를 위한 AI기반의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데이비드 리 대표

데이비드 리 대표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는 “전 세계 3만 5000여 개 상품을 반영해 맞춤 포트폴리오를 단 몇 초만에 다양하게 제안할 수 있다”는 걸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의 자산관리 소프트웨어는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국한되는 등 그 수가 제한적이다. 반면 프리베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포함, 60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금융상품 3만5000여 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현한다.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해외 자산운용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미러링 방식으로 가져와 채권, 뮤추얼 펀드, 기타 자산 등의 구성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많아야 수백개에 그치는 상품을 개별판매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다양성이 확연히 높다. PB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리 대표는 “금융사들은 주문, 포트폴리오 구성, 리밸런싱 등 16가지 프리베 솔루션 블록 중 필요한 기능만 레고처럼 조립해 초개인화 프라이빗 뱅킹을 많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선호에 따른 포트폴리오 추천, 리스크 관리와 자산재분배, 결혼과 은퇴 등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 계획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프리베 기반 초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 ‘S-ray(에스레이)’를 출시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글로벌 자산관리 모델이 적용된 첫 사례다. 개별 상품의 조합에 그치지 않고 세밀한 자산 배분을 통해 진정한 자산관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신한금융투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비롯해 삼성페이 등에도 프리베가 도입될 전망이다. 리 대표는 “미국 최대 보험사 푸르덴셜 파이낸셜을 포함, 16개국 50여 개 기업에 프리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산관리 총액(AUM)이 현재까지 약 470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프리베는 곧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의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과 자산관리 니즈가 맞물려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다.

리 대표는 “소비자는 쓰기 편하면서 나한테 딱 맞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다채롭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을 최종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사, 비금융사 어디든 프리베의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자산관리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빨라 향후  8년 안에 미국 등 선진 시장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그는 “동등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면서 “돈이 많건 적건 누구든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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