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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맺은 인연…집무실 명패 만든 박경동 서예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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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예가 박경동씨(왼쪽)가 은행나무로 제작한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명패 모습. [사진 박경동]

서예가 박경동씨(왼쪽)가 은행나무로 제작한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명패 모습. [사진 박경동]

“집무실 명패를 하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달 초, 서예가 박경동(68)씨에게 직접 전화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요청에 박씨는 한 달가량 직접 나무를 깎아 명패를 만들었다. 박씨는 지난 6일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을 찾아 윤 대통령에게 명패를 직접 전달했다.

명패를 받아든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5년간 잘 사용한 뒤에 국가기록원을 통해 잘 보관하도록 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 주집무실엔 박씨가 제작한 명패가, 2집무실엔 경기도 광주에서 도자기 재료로 제작한 명패가 놓일 계획이다.

박씨가 제작한 명패는 은행나무에 양각으로 훈민정음 판본체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란 글자를 새긴 작품이다. 짙은 청색 바탕에 금색 글씨를 새겼다. 명패 중앙의 무궁화는 좌우 가장자리를 둘러싼 봉황이 품는 형상으로 꾸몄다.

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나무가 오래 존속하는 것은 해로운 곤충이 싫어하는 향기를 자체적으로 내뿜기 때문으로 안다.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인물이 국정 운영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은행나무를 골랐다”고 말했다. 글씨체를 훈민정음 판본으로 한 데 대해선 “흐트러짐 없이 엄숙한 국정 운영을 하시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충북 영동 출신인 박씨는 1997년 서예대전 우수상을 받고 미국·일본 등에서 개인전을 연 유명 서예가다. 호(號)는 ‘운학’이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의 부탁을 받아 서울 통의동의 금융감독원 연수원 입구에 내걸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을 제작한 것도 박씨다.

두 사람은 2013년 9월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 재직 때 박씨에게 현판 작업을 맡기면서 처음 만났다. 당시 여주지청 개청식 사진에 양복을 입은 윤 대통령과 한복 차림의 박씨가 함께 현판을 제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후 국정원 댓글수사팀장을 맡은 윤 대통령이 대구고검·대전고검으로 잇따라 좌천성 발령을 받은 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 다시 박씨에게 연락을 한 건 2016년 대전고검 재직 때였다. 대전고검 현판 글씨가 박씨의 작품이란 걸 윤 대통령이 한눈에 알아본 뒤였다. 박씨가 대전에서 가까운 충북 영동에 거주하고 있어 이후에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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