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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맹탕국 먹는 버스 운전사들…'쌀포대 급식'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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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연합뉴스]

서울 시청. [연합뉴스]

노사정 “식사질 외부평가 시스템 도입”

서울시가 ‘쌀포대 급식’ 논란을 빚었던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부실·비위생 급식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시버스노동조합·서울시버스사업조합 등과 함께 버스 기사들의 급식 문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에서 주최한 ‘100인 노조 대표자와의 간담회’에서 “급식만큼은 정말 중요한 사항”이라며 “버스 종사자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4일 시청에서도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주재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서울시버스사업조합·서울시 버스정책과가 참여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쌀포대 급식논란’에 이은 후속 조처다. 쌀포대 급식논란은 버스운전기사들의 식사에 쌀포대 조각이 섞여 나오는 등 부실급식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서울시, “급식 질 평가 나쁘면 인센티브 없다”

건더기 없는 국물과 반찬 3개 등이 전부인 버스 노동자 식판 [사진 서울시버스노조]

건더기 없는 국물과 반찬 3개 등이 전부인 버스 노동자 식판 [사진 서울시버스노조]

이날 회의에서 노사정은 “서울시가 매년 ‘급식 질 현황’ 및 ‘식사 투입 원가’ 등을 평가해 업체별 경영서비스 성과에 새로 반영하고 이를 통해 업체별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시의 방침에 공감했다. 서울시는 “매해 서울시내버스 65개 업체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성과 이윤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급식 질이 좋지 못한 회사는 ‘감점’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급식 형태가 직영이냐 위탁이냐에 따라 서울시가 같은 식대를 지급한다고 해도 실제 급식 투입 원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한 끼당 단가를 설정하고 각 회사에서 이를 잘 준수하는 지에 대해서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버스 회사들이 특정 업체에 급식을 맡기고 위탁 수수료까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한 끼당 단가’에 포함하는 등의 행태를 겨냥한 말이다. 위탁 수수료가 높아지면 식사 원재료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이 적어져 식사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외부 평가위원 구성 등 논의중”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파업 찬반 투표에 진행했다. 사진은 투표가 진행된 날 서울 양천공영차고지 앞에 정차한 시내버스들. [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파업 찬반 투표에 진행했다. 사진은 투표가 진행된 날 서울 양천공영차고지 앞에 정차한 시내버스들. [연합뉴스]

서울시는 또 급식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버스 노조 조합원들이 포함된 외부 평가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위원을 구성하고 어떤 평가 방식을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버스 노조 측은 “아무리 외부 평가위원에 조합원들이 일부 포함된다 하더라도 평가가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버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직영이든 위탁이든 ‘균일한 식사 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동으로 식자재를 구매해 배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노조, “식자재 공동구매 도입해야”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임금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임금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식자재 공동구매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버스 노조가 요구해온 사항이다. 노조는 지난해 7월 ‘식사 질 개선 위한 단체협약’에서 사측에 “잉여 농산물 등을 공동으로 구입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식사 질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식사 질 개선을 위한 세부 내용이 합의됐음에도 이후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서울시는 노조 측에서 제시한 공동 배식에는 예산 및 인력 확보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동 식재료를 구매해 65개 회사에 배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인 설립을 통해 급식원·조리원·(식재료) 운송 직원 등을 지원해야 해서다.

다만 서울시와 노조 양측 모두 “급식 질 개선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어 온 만큼 올해 안에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데에는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오 시장으로부터 ‘올해 안에 명운을 걸고 급식 질을 개선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번 노사정 회의를 통해서도 진정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사는 향후 2차 TF에서 한 차례 더 의견을 수렴한 후 급식 질 개선을 위한 합의를 끌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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