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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보다 세게 방역했는데도 집단감염, 원인은 12인 간병, 5~6인실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말 대면면회가 허용되기 전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손요양병원 야외 비닐면회실의 모습. [사진 이손요양병원]

지난달 말 대면면회가 허용되기 전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손요양병원 야외 비닐면회실의 모습. [사진 이손요양병원]

한 요양병원이 정부 지침보다 더 세게 방역을 했는데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한 명의 간병인이 6~12명을 돌보는 다인 간병, 5~6인 다인 병실 때문이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이손요양병원 산하 의료경영연구소는 11일 이손요양병원 집단감염 현황과 원인을 분석해 공개했다. 이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방역을 한 덕분에 2020년 2월 말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2월 초 직원 감염을 시작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4월 13일까지 764명의 환자·직원 중 352명(환자 203명, 종사자 149명)이 감염됐다.

확진자 발생 실태를 분석했더니 5, 6인실에서 64% 나왔다. 5인실 입원환자 15명 중 14명이, 6인실 180명 중 115(63.9%)명이 감염됐다. 반면 4인실 환자의 27.6%만 감염됐다. 특히 2인실은 2%, 1인실은 1.5%만 감염됐다. 다인실이 감염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간병 형태에 따라 확진 양상이 크게 달랐다.

1명의 간병인이 6인실 두 곳을 오가며 12명(1대 12 간병)을 간병한 데서는 12명의 환자가 모두 감염됐다. 간병인 3명의 공동 간병을 받은 24명(1대 8 간병) 중 18명(75%)이 감염됐다. 7인 간병 환자도 100% 감염됐다. 6인 간병환자군은 71.3%, 5인 간병은 56% 확진됐다. 연구진은 "공동 간병인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미크론 변이와 같이 전파력이 빠른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다인 간병 같은 조건에서는 감염 예방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은 "코호트 격리 기간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직원 4종 보호구 상시 착용, 병실 내부 비닐 차단막 설치, 재활치료 중단, 전담간병인력 퇴실 금지, 병실 문 폐쇄, 1시간 단위 자연 환기, 일회용 식기 사용 등 정부 지침보다 더 강력하게 방역을 했지만 다인실, 다인 간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요양병원에는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이 많다.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4인 이하의 상급병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다인 병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병원은 2~4인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요양병원은 6인실 이상만 보험이 된다.

간병비 건보 적용도 검토 대상이다. 손 원장은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해야 간병의 질이 올라가고 다인 간병을 줄일 수 있다. 또 환기시설 개선에 정부가 하루빨리 지원해야 앞으로 집단감염 위험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입원환자 확진자의 60.6%가 무증상이었다. 종사자는 67.8%가 그랬다. 증상이 있는 사람도 기침·발열·무기력 등의 경증이 대부분이었고, 입원이 필요한 중증은 거의 없었다.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입원환자 확진자 203명 중 165명(81.3%)이 3차 접종자였다. 미접종자는 9명(4.4%)이다. 149명의 종사자 확진자 중 93.9%가 3차 접종 완료자였다. 입원환자의 16.7%는 격리해제 후 인후통 및 기침 증상이 계속됐다. 발열이 13.4%, 폐렴이 6.1%였고, 사망자도 6.1%였다.

연구진은 "삼킴 장애가 있거나 고령의 환자 중 알약 형태인 팍스로비드를 투여할 수 없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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