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만원 더 내라고요?" 작년 그랜저 계약자들 당혹, 무슨일

현대차가 연식 변경 모델 '2022 그랜저'를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2022 그랜저.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11일 공식 출시한 ‘2022년형 그랜저’의 가격을 최고 192만원까지 올린 것을 두고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2년형 그랜저는 올해 말로 예상되는 7세대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 전 마지막 연식 변경 모델이다.

현대차는 2022년형 가솔린 2.5 모델 트림별로 르블랑 3622만원, 익스클루시브는 3853만원으로 책정했다. 전년 모델보다 각각 88만원, 172만원 비싸졌다. 가솔린 3.3 익스클루시브는 4103만원으로 전년 모델보다 177만원 올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르블랑 4008만원, 익스클루시브 4204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8만원, 192만원 비싸졌다.

이 같은 가격 인상에 특히 지난해 하반기 2021년형 그랜저를 계약한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상승 등으로 2021년형 그랜저 인기 차종은 일찌감치 재고가 소진됐다. 이에 따라 2022년형 그랜저로 재계약해야 하는데, 연식 변경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돼서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와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를 전체 트림에 기본화했다”며 “인기 차종인 르블랑에는 스웨이드 내장재와 뒷좌석 수동 커튼 등을 기본 사양으로 추가해 고급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경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기능 등을 탑재해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일부 고객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가솔린 2.5 모델 르블랑을 계약한 김모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스웨이드 내장재와 수동 커튼은 별로 필요도 없는데 88만원을 더 내고 사라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도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서 천만다행이다” “지금 사도 차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그냥 차(옵션)에 나를 맞춰야 한다” “이 가격이면 제네시스나 수입차를 살지 고민된다” 같은 불만성 글이 올라왔다.

연식 변경은 통상 20만~30만원 오르는 게 일반적이어서, 업계에선 이번 그랜저의 가격 인상 폭을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앞서 기아도 이달 초 K8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이전 모델보다 63만원(노블레스 트림) 올린 바 있다.

현대차 2022 그랜저 내부. [사진 현대차]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누적된 데다 올 들어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부품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그랜저 계약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선호도가 높은 고급 안전 및 편의 사양을 확대 적용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비용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난 등 글로벌 대외 변수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소비자여서다. 출고 대기기간은 길어지고 가격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상당수 완성차업체는 공급이 달리다 보니 비싼 차도 잘 팔려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이슈도 엄밀히 말하면 완성차 업체의 운영 실책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로 인해 차량 출고가 늦어지는데 가격 인상분까지 소비자에게 떠넘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