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주변 남성밖에 없다"…국힘 갑자기 女우대 공천카드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5개 부처 차관 20여명과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모습. 여성은 단 한명도 찾을 수 없다. 관가에선 "전례 없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5개 부처 차관 20여명과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모습. 여성은 단 한명도 찾을 수 없다. 관가에선 "전례 없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연합뉴스]

“여성 인재 발굴에 주안점을 뒀다”

지난 10일 윤상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날 공천 후보 발표엔 4선 출신의 김영선 전 의원과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여성이 2명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윤 위원장은 한국이 최하위권인 ‘OECD 국가의 여성 정치 참여율’까지 언급하며 “우리당이 여성가족부 폐지로 여성에 인색해 보이고, 지난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지지율이 너무 낮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힘에서 먼저 ‘여성 우대’란 키워드를 꺼낸 것이다. 이 발언의 배경을 두고선 여러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여성 표심을 얻는 게 시급한 측면이 있다.

20:0 차관 인사에 꺼내 든 女우대 공천 

윤 위원장의 발언엔 지난 9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차관 인사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발표된 20명의 차관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윤상현 위원장도 “아침 차관 보도 기사를 봤는데 여성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 인사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윤 당선인이 10일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 요청안에 서명할 때도 주변을 에워싼 건 오륙십대 남성 참모들이었다. 이 사진이 남긴 여파도 의외로 컸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안건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안건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지난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로 더불어민주당의 44%보다 7%포인트나 낮았다. (유권자 1000명 대상 3~4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20대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 조사도 윤 대통령의 여성 지지율은 6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보다 낮았다. 가뜩이나 낮은 여성 지지율의 미칠 악영향의 여파를 최소화하려 ‘여성 우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6월 선거를 앞두고 여성 표심에 미칠 영향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결과 발표 뒤 끼워 맞추기” 비판도

하지만 윤 위원장의 발언이 “땜질 처방”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성 인재 발굴 대상으로 지목된 김 전 의원과 이 전 부지사는 모두 배려를 받기엔 애초부터 유력한 인사들이어서다. 게다가 김 전 의원과 이 전 부지사 공천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이미 결정을 한 뒤에 여성 우대라는 명분을 붙인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부를 신설하려는 국민의힘 내부 검토 방안에 대해선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보고 있다”는 반발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오히려 “어설프게 여성 표심을 노리려다 이대남 유권자까지 떠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왼쪽)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공관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윤 위원장은 10일 "여성 인재 발굴"이라는 여성 키워드를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뉴스1]

윤상현(왼쪽)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공관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윤 위원장은 10일 "여성 인재 발굴"이라는 여성 키워드를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여성 후보를 단 1명만 냈지만, 우린 2명(경기 김은혜, 전북 조배숙)”이라며 “오히려 여성에 소홀한 건 민주당 아니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공관위 관계자도 “이미 여성 후보들에겐 20%의 가산점을 부여했다”며 “여성 인재 발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준호 대표는 “국민의힘에게 여성 유권자는 매번 풀지 못한 숙제였다”며 “아직도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