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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두달 만에 당 중심 컴백…尹 향해 "권력 나뉘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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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나뉘어야 균형 속에서 견제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1일 제1야당의 지방선거 사령탑으로 복귀하며 한 말이다. 대선 패배 후 63일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튿날 그는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민주당의 중심에 다시 섰다.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이 고문은 “지난 대선은 심판자와 일꾼 중 심판자가 선택됐다”며 “이번에는 유능한 일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복귀…구심점 찾은 민주당

이 고문은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이자 총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도착 직후 기호 1번이 쓰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연단에 올랐다.

먼저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은 후보였던 제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 그는 “그래도 우리가 다시 또 출발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패색이 짙을 때 승리의 활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패장이 두 달 만에 복귀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새 대의명분을 앞세워 불식시키려는 취지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면서도 “국가 경영은 심판자만 가지곤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인을 일꾼, 윤 대통령을 심판자로 표현하면서 “이번엔 진정한 균형과 국정 안정을 위해 국민은 유능한 일꾼을 선택할 것”이란 논리를 폈다.

대선 패배 후 구심점을 잃었던 민주당은 이 고문의 등장에 박수로 화답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이들은 “이 고문이 지방선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승리의 중심에 이재명이 있을 것”(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 같은 기대를 쏟아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첩첩산중 지방선거…국힘 “검찰 수사로부터 도망”

하지만 열띤 출범식장 내 상황과는 다르게, 이 고문의 여정은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여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엔 이 고문의 선택에 대한 당 내부의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고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경찰은 최근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모두 이 고문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대선 때도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대장동 일부 주민들은 이날 이 고문을 배임ㆍ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가 “검찰 수사로부터 도망가려는 것”(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결국 국회의원이라는 방탄조끼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지체없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 고문은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방탄 방탄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렵겠냐”고 반박했다. 그는 “빈총으로 사람 위협해 놓고는 총 피하려 한다는 소리하는데, 잘못한 게 없는 사람이 왜 두려워하겠느냐”며 “제가 인생을 살며 부당한 일을 한 일이 없어서 검찰ㆍ경찰이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고문은 “국민의힘이 계속 출마를 방해하는 걸 보면, 훨씬 더 잘한 판단이란 생각이 든다”고 맞받았다. 그는 베트남 초대 주석인 호찌민의 말을 인용해 “싸울 때는 우리가 유리한 때와 장소ㆍ방법으로 싸워야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내선 당권 구도 경쟁…친문 비판 표면화

하지만 그를 향한 비판은 국민의힘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나온다. 지방선거 후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주류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친문(親文) 그룹의 견제 움직임이 뚜렷하다. 친문 인사인 강병원 의원은 전날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를 두고 “솔직히 이 선택이 정답이었을까”라며 “(방탄용 출마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해철·황희 전 장관 등 친문 핵심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 마감과 동시에 여의도로 돌아왔다.

이 고문의 행보에 대한 견제가 심화되면서 출마 선언 전까지 상수로 여겨지던 이 고문의 8월 전당대회 도전설에는 오히려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친문 재선 의원은 “계양을 출마를 강행하면서 이 후보가 전당대회에선 이재명계 좌장격인 우원식 의원을 밀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직접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립지대에 놓인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이 고문의 첫 희망은 계양을 출마였지 전당대회 도전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 고문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고문 스스로 “과반 승리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에 미달하면 당권 도전 명분이 옹색해지고, 크게 선전하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대리인격 후보를 통해 당권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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