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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 후보 "대북전단 반대하나, 표현의 자유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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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린다. 중앙일보가 권 후보자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689쪽 분량의 서면질의 답변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선(先)비핵화' 기조로의 방향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권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 선언' 등 기존에 남북 간 맺은 기존 합의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역대 정부에서 맺은 남북 간 합의 정신은 존중되어야 한다. 좋은 요소는 채택하고, 남북관계 상황변화에 따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발전적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북정책 변화 예고

권 후보자의 답변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대북 접근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이유로 개정해 시행 중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 인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탈북단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011년 2월 16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탈북단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011년 2월 16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권 후보자는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에는 반대 입장이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법률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등 측면에서 국내·국제사회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남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도 했다. 현실적으로도 여소야대 국회를 고려했을 때 당장 법률을 다시 개정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전단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권 후보자는 문 정부가 임기 내내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비판받는 북한 인권 문제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분단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민족 전체의 문제로, 대한민국 국민의 책무"라며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논의에 당당히 참여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 협조를 받아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출범시키고 북한인권대사도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종전선언 추진은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는 현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권 후보자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없는 종전선언은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크다"며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제반 여건이 성숙해진 단계에서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매년 거의 동시에 실시해온 야외실기동훈련(TFX)인 독수리훈련(FE)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문 정부는 2019년부터 남북 대화 뒷받침 등을 이유로 해당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다.

실사구시, 유연성도 강조

권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정책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원칙과 실용·유연성의 조화 속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큰 틀에서 핵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나가면서, 실사구시적 접근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3년 9월 개성공단 SK어패럴의 북측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3년 9월 개성공단 SK어패럴의 북측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를 위해 북한의 도발에는 원칙 있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지만, 한편으론 대화의 동력을 마련하면서 보건의료 및 코로나19 방역 등 북한 주민에 도움이 되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남북 산림·환경 협력을 통한 '그린 데탕트'도 비핵화와 관계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남북 경제협력은 "남북관계 정상화 방향에서 합리적이고 원칙에 근거해 추진한다"며 원칙을 명확히 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비핵화 협상에 맞춰 검토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의 대량현금 이전 문제를 해소한다면, 일부 제재 면제를 추진해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금강산 관광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재 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역시 해당 사업 재개 여부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상호 신뢰 형성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간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성김 면담 '부적절' 지적엔 "긴밀 소통 목적"

권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해서는 주중 대사 재임 시절(2013년 6월~2015년 3월)에 그의 형제들이 중국 사업을 추진하며 세운 법인(TNPI HK)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뉴스1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후보자와 무관한 사안"이라며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때 해당 법인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데 대해서도 "주중 대사로 임명되고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해당 법인의 주식을 처음 매입한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매도했다"며 "해당 주식 매입·매도 등과 관련한 제반 신고 등은 정확하게 이뤄졌으며, 재산 신고를 통해 모두 공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후보자 신분으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을 한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권 후보자는 "성 김 대표와의 면담은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라,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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