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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때 기름값 1600원? 이런 주유소 보면 주의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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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A주유소는 항상 차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름값이 싼 주유소로 입소문이 나서다. 지난 1월 다른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L당 1300원~1400원대일 때 A주유소는 950원대였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B주유소도 싼 기름값으로 유명했다. 다른 주유소보다 경유 가격이 L당 300~400원 싸 다른 지역에서 ‘원정 주유’를 올 정도였다.

이들 주유소가 싼 경유를 공급할 수 있던 비결이 있었다. 지하 저장 탱크에 싼 선박용 면세유와 난방용 등유 등을 섞어 가짜 기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 주유소가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판 가짜 경유는 총 2만4330L, 연료탱크가 50L 용량인 차량 486대 분량이다.

1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경유 가격 급등과 역전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균형 여파로 유럽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공급처를 찾으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속 주유소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1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경유 가격 급등과 역전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균형 여파로 유럽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공급처를 찾으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속 주유소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 관계자는 “선박용 면세유 등은 일반 경유보다 유황성분이 최대 10배 이상이라 대기 오염은 물론, 차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기름값이 너무 싸면 가짜 석유를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경기 특사경, 가짜 석유 판매업자 등 25명 적발

고유가를 노려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팔거나 정량에 미달하는 석유를 판 일당이 경기도에 붙잡혔다. 경기도 특사경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25명을 붙잡아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11명은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도내 주유소를 수사한 결과다.

이들이 불법으로 유통한 석유는 총 422만L. 200L 드럼통 2만1147개, 연료탱크 50L 용량인 차량 8만4000여대 분량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67억원 상당이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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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와 포천시에서 각각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유 업자 2명은 홈로리(석유 이동 판매 차량) 저장 탱크에 가격이 싼 난방용 등유와 경유를 혼합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석유를 경기도 광주 등 수도권 지역 건설현장 덤프트럭과 중장비 연료로 공급했다. 특사경 관계자는 “대형공사 건설 현장의 중장비에 가짜 석유를 주유하면 대형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일 될 수 있다”며 “압수한 가짜 석유는 전량 폐기했다”고 말했다.

계기판 조작해 정량 미달 판매, 탈세도

수원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석유판매업자는 배달기사와 짜고 석유 이동 판매 차량의 주유 계기판을 정량보다 15%가량 기름이 덜 들어가도록 조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총 9만L를 속여 팔아 1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무등록 업자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경유를 현금으로 사 세금을 탈루한 주유 업자 8명도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고 410L를 산 뒤 65억4000만원을 챙기고 세금 10억7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일부 주유 업자는 무자료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석유수급 상황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가짜석유와 정상 석유를 비교하고 있다. 경기도

11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가짜석유와 정상 석유를 비교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의 한 주유 업자는 무허가 플라스틱(FRP) 저장 탱크와 간이 주유시설이 설치된 화물차량을 이용해 난방용 등유를 건설기계 연료로 판매하다가 검거됐다.

김영수 경기도 특사경 단장은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석유 불법유통 사범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석유 유통업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서 불법 유통이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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