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임사엔 ‘한미동맹’ 없는데…“35번 말했다”는 尹측,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5.11 11:16

업데이트 2022.05.11 13:01

지난 10일 국회 취임식장에서 울려 퍼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외빈 소개 때 캐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부군을 언급할 때 외에 연설 내용 중에 ‘미국’이란 단어가 빠졌기 때문이다.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래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 모두 미국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및 아시아·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말하며 주변 강대국과 함께 미국을 언급하긴 했지만 나머지 대통령은 모두 직접적으로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한·미 동맹 50주년이 되던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우리의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미국’이란 표현이 아예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취임 연설 직후에는 “한·미 동맹의 전통적 가치를 취임사에 담지 않은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와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을 강조한 취임사”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설명을 하는 걸까.

일단 취임사 작성 과정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 주변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손보며 크게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별 나열 방식을 지양하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라는 걸 염두에 두라는 취지의 방침이었다. 특히 “윤석열의 언어로 쓰여졌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가 자유를 키운다”는 말도 했다. 또한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한국이 이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견지에서 연설문이 작성됐다.

젊은 세대 눈높이 맞춰 ‘선진국’ 한국의 관점에서 취임사 작성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쓸 때 국가 중심주의나 자국 중심주의 느낌이 나는 표현을 빼기를 원했다”며 “그런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북한이 아무리 적대적이라도 미국보다는 같은 민족인 북한이 낫다는 취지의 취임 연설을 했었다”며 “그 때와 달리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단순히 같은 민족이냐보다 어떤 가치를 공유하느냐를 더 중시하고, 그 가치는 바로 자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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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자유가 중요하고, 우리가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하고 연대할 생각이 있다는 게 취임사의 근간”이라며 “연설 중에 ‘자유’라는 말이 35번 나왔는데, ‘한·미 동맹’을 35번이나 얘기한 것과 다름없는 취임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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