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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윤석열의 ICT는 어디에 힘 쏟나...'플랫폼 정부' 앞 과제는

중앙일보

입력 2022.05.11 06:00

팩플레터 235호, 2022.5.10

Today's Topic
윤석열의 ICT, 찍먹일까 부먹일까

팩플레터 235호.

팩플레터 235호.

오늘은 새로 단장한 팩플 로고와 함께 인사드립니다. 비즈니스의 미래(Future of Business)를 취재하는 ‘팩플’의 지향점을 새로운 로고에 담았습니다. 깊이있되 쉽고 재미있는 팩플의 그 느낌, 새 로고에서도 느껴지시나요?😊 색깔도 소개드릴게요. 블랙에 팩플의 단단함을 담았고요, 민트에는 팩플의 경쾌함을 녹였습니다. 새 로고로 갈아입은 팩플레터는 이번주부터 화·금요일 아침 주2회 인사드립니다.(※지난 5월 5일 팩플레터 공지 참고) 이번주 목요 인터뷰는 '대형택시 2대장(타다, 아이엠택시) 인터뷰'인데요. 목요일 아침 6시 더중앙 팩플 홈에 공개됩니다. 기대해주세요!

자, 이제 오늘 레터 얘기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20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즉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이란 이 단어에서 누군가는 ‘개방과 혁신’을 읽을 수 있겠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독점과 파괴’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그만큼 다층적이고 다면적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끄는 공공 섹터가 플랫폼 형을 지향한다면, 어떤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것일까요? 이 플랫폼의 소비자이자 투자자일 우리 국민들은 새 정부의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오늘 팩플레터에선 이런 관점에서 이승호·하선영 기자가 새 정부의 ICT 정책 전반을 살펴봤습니다. 레터 읽으시고, 설문에도 참여해주세요! 금요일 언박싱 레터에서 여러분 의견을 소개해드릴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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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ICT 찍먹인가, ICT 부먹인가

2. 尹 정부, 어디에 힘 주나① : 미디어·콘텐츠·창업

3. 尹 정부, 어디에 힘 주나② : 통신⋅데이터

4. 그래서 누가, 어떻게 하는데?

5. 민간주도 성장, 진짜 할 수 있어?

1. ICT 찍먹인가, ICT 부먹인가

인수위로 ‘베타 테스트’를 마친 윤석열 정부가 1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ICT는 살짝 걸치기 만한 ‘ICT 찍먹 정부’인가, 뼛속까지 ICT에 몸을 푹 담근 ‘ICT 부먹 정부’인가. 벤처기업인 출신 인수위원장(안철수)에, 대선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강조했는데도 왜 안심이 안 된다는 걸까. 우선 살펴볼 것은 지난 3일 나온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이 리스트에서 새 정부가 강조하는 ICT 전략은 크게 둘.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민다 : 실행 주체는 첫째도 민간, 둘째도 민간이라 강조한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개인이 기술과 정책을 시험할 기회를 열어두겠다는 것.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수레에서 정부 역할은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관의 혁신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통합·조정자(integrator) 역할’을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지향.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 추진을 위한 민관합동위원회, 디지털혁신위원회, 미디어혁신위원회 등 민간이 리드하는 위원회를 관련 정부 부처의 컨트롤 타워로 내세운다는 계획.

●데이터와 초격차 : 인수위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강조했다. 공개된 데이터로 기업이 서비스를 만들면 기업은 먹거리를 찾고, 국민은 편리해지고, 정부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청사진이다. 여기에 향후 2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초격차·대체불가 기술도 챙기겠다고 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6G·인공지능(AI)·로봇·사이버보안 등이 대표적.

2. 尹 정부, 어디에 힘 주나 : 미디어·콘텐츠·창업  

윤석열 정부가 힘주는 주요 ICT 정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손보려는 건 유튜브·포털, 쫓아가고 싶은 건 K넷플릭스·유니콘으로 요약된다. 포털과 유튜브에 할 말 많았던 만큼, 손질 계획도 촘촘히 짰다. 반면, K넷플릭스·K실리콘밸리는 폼은 나지만, 실행이 어렵다.

① 유튜브·포털, 초장에 기선제압?
새 정부는 카카오·네이버 등 포털과 유튜브를 규제 대상으로 본다. 여론에 미칠 영향력이 압도적인 플랫폼이지만, 편향된 알고리즘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 특히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놓고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포털은 가짜뉴스의 숙주” : 국민의힘은 오래 전부터 포털 뉴스 편향성을 지적해왔다. 새누리당 시절부터 4년 연속(2017~2020년) 네이버를 항의 방문하기도. 국힘 의원인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지난 2일 “하루에 8000만명 넘게 쓰는 네이버·카카오가 인터넷 출입구 역할을 벗어나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편집권을 행사해 여론 형성을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는 우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가칭)를 만들어 포털 뉴스의 알고리즘을 검증하겠다는 계획.

●“뉴스 가두리 양식장은 그만” : 인수위는 또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바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털 안에 뉴스 소비자를 가두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힘을 빼겠다는 것. 파격적인 것 같지만,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에서도 포털 뉴스를 아웃링크로 바꾸는 데 대해 여야가 합의한 바 있기 때문.

●“유튜브 ‘노란딱지’ 이유 밝혀라” : 유튜브 콘텐츠 약관을 어긴 영상에 붙는 노란색 아이콘, 일명 ‘노란딱지’도 “이용자 중심으로 손보겠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 박성중 간사는 “이유 없이 노란 딱지를 붙이는 건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이용자 권리 침해”라며 “세계 최초로 제재 사유를 공개할 수 있게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콘텐츠 정책에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 다만,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도 통과시킨 국회다. 야당(더불어민주당) 설득에 성공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로고. [중앙포토]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로고. [중앙포토]

② 꺼진 불도 다시 보자, K넷플릭스
한국판 넷플릭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꾸는 꿈이다. 오징어게임 같은 월드 와이드 콘텐츠는 만들어봤으니, 이제는 월드 와이드 플랫폼도 만들자는 것. 그런데, 현실을 보자. 세계 1위 OTT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2.2억명, 1분기 글로벌 매출만 10조원(78억 7000만 달러)이다. 한국 시장만 떼놓고 봐도 쉽지는 않다. 지난해 웨이브·티빙·왓챠 매출 다 합쳐도 넷플릭스 한국 매출(6361억원)에 못 미친다. 이게 드림스컴트루(Dreams come true)가 어려운 이유.

●미디어혁신위원회, 옥상옥? : 새 정부는 미디어 전략을 좌우하는 컨트롤타워 ‘미디어혁신위원회’를 만든다. 미디어 미래 비전·전략 수립, 미디어 규제 정비, 미디어 생태계 조성방안 등을 짜내겠다고. 하지만 시작부터 ‘옥상옥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와 역할이 겹친다는 것. 인수위는 “한시적 기구”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싱크탱크에 가깝다”고 강조.

●K넷플릭스 만들기 대작전 : ‘한국판 넷플릭스 양성’은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2020년 6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과기정통부·기재부 등 7개 정부부처가 내놓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서 “22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OTT 5개를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정부가 내놓은 계획들(OTT 펀드 조성, 글로벌 전진기지 구축, OTT 인재 육성 및 일자리 창출)도 2년 전 계획의 재탕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싸늘한 시선.

●국산 밀어주기, 이걸로 될까 : ‘K넷플릭스 만들기 대작전’은 정부가 국산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열위인 사업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을 주자는 식. 다만, 이전 정부 때도 K넷플릭스를 경험해본 업계는 ‘실용’을 바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OTT 관계자는 "OTT 콘텐츠 세액 공제 방안을 놓고도 부처별로 해석이 달라 난감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보단 부처간 이견 조율 같은 실무적인 사안을 잘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③ 창업 생태계·기술력 목표는 ‘실리콘밸리’
미래 일자리·먹거리 창출을 위해 창업 생태계와 ICT 기술력을 키우는 액션 플랜도 여럿 나온다. 새 정부는 완결형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면 창업부터 유니콘 배출까지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국적 불문 창업생태계 : 창업할 ‘브레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 먼저 모태펀드를 강화해 초기 스타트업과 청년·여성 스타트업들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또 바이오·AI 같은 기술 기업들에 정부 지원금을 늘리고, 모태펀드에도 힘을 더 실어 민간 투자를 끌어낼 예정. 글로벌 수준의 혁신을 위해선 국적 문제도 넘어서야한다는게 정부의 생각. 실리콘밸리처럼 해외 동포·유학생·외국인 등 글로벌 인재를 기업들이 더 수월하게 영입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추후 발표할 계획.

●복수의결권 이번엔? : 벤처기업·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보유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제도도 도입된다. 벤처·스타트업들이 주장한 복수의결권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지만 지난 연말 국회에서 무산됐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했다. 새 정부는 복수의결권과 주식매수선택권의 비과세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신속히 도입한다고 발표.

3. 尹 정부, 어디에 힘 주나 : 통신⋅데이터

디지털경제 패권 국가를 위한 인프라 ‘통신’,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되기 위한 자원 ‘데이터’. 통신과 데이터는 윤석열 정부 ICT의 핵심 인프라들인데, 산적한 문제가 이미 많다.

① 6G도 세계 최초 상용화

●“4년 안에 6G 개발” : 윤석열 정부는 5G에 이어 6G 통신에서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인수위는 2026년까지 6G 표준 선점을 위한 핵심 기술 48개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 기술 시연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통신업계에선 6G의 상용화 시기를 당초보다 2년 빠른 2028년으로 전망한다. 남기태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표준특허 선점 등의 정책 추진 목표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5G 품질부터 챙겨라 : 하지만 급한 불부터 끄라는 요구도 만만찮다. 5G 통신에 대한 소비자 불만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윤석열 정부도 2024년까지 농어촌 지역까지 5G 전국망을 완성하는 등 차별화된 망 구축으로 진정한 5G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단된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에 대한 추가 할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민 편익을 위해 할당을 서둘러야 한다는 LG유플러스와, 특정 업체에 유리한 경매에 반대하는 SK텔레콤과 KT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중간요금제로 통신비 절감? :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5G 중간 요금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현 5G 요금제가 월 12GB 이하 또는 110GB 이상의 데이터만 제공하는데, 실제 소비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26~31GB)에 맞는 요금제를 만들어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통신사도 “이용자 편의와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호응. 정치권과 소비자단체가 요금제 다양화하라고 지속 요구한데다, 새 정부의 요청도 무시하기 어렵다.

② 공공 데이터 없인 플랫폼 정부 없다

●클라우드 정부의 데이터 통합 :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은 공공 데이터의 통합·개방이다. 디지털 기술(AI·IoT·클라우드·모바일 등)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혁신 플랫폼으로 모든 정부 부처를 하나로 연결한 뒤, 이를 바탕으로 통합한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겠다는 생각이다.

●공공 데이터로 맞춤형 서비스? : 특히 민간 플랫폼과 연계한 공공서비스를 통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개인의 복지·의료기록·건강정보 등을 자동으로 받는 ‘마이AI포털’ 등이 그 예. 핵심은 데이터 활용을 확대해 민관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

●데이터정책위, 곧 생긴다는데? :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향후 만들어질 범정부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가 주도한다. 문제는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이미 있다는 점. 지난달 시행된 ‘데이터 산업법’에 의해 7월 출범하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다. 각 부처 데이터를 통합한 뒤 이를 민관이 함께 활용해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는 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목표와 기능이 유사하다. 윤지웅 경희대 교수(정책학)는 “데이터정책위와 민관 합동 추진위의 기능이 겹칠 수 있다”며 “두 위원회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중복되는 것은 통합·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차기 대통령의 디지털혁신 방향은?”이란 주제로 열린 벤처·ICT 혁신 전략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차기 대통령의 디지털혁신 방향은?”이란 주제로 열린 벤처·ICT 혁신 전략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 그래서 누가, 어떻게 하는데?

① 부처는 그대로, 위원회는 많이 : 정부 조직 내 ICT 유관 부처는 이전 정부 때와 유사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신설하고, 미래창조과학부를 과기정통부로 바꾼 5년 전에 비하면 큰 변화는 없는 편. 그러면 뭐가 바뀌느냐고? 혁신 과제 해결을 위한 ‘위원회’가 여럿 생긴다. 토종 OTT를 육성하고 방송 심의체계 개편을 위한 ‘미디어혁신위원회’, 제2의 오징어 게임 등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미디어 산업 컨트롤 타워까지 별도로 출범 준비중.

② 20년 만에 사라진 과학기술수석 : 대통령실 직제에서 20여년 만에 과학기술 관련 수석/보좌관직이 사라졌다. 청와대가 ICT를 홀대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핵심 이유. ICT·과학기술 단체는 물론 안철수 인수위원장까지 건의했지만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신설은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 있던 과학기술보좌관을 없애고, 급이 더 낮은 과학기술비서관만 경제수석실 산하에 배치된 것.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산업정책실장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이번 인수위는 ‘액션’이 없었다”며 “정부 출범 후에라도 움직이면 다행이지만 아예 ICT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③ 그래서 밑그림은 누가? 실행은? : 인수위에는 ICT 기업인 출신들이 두루 참여했다. 유용하 카카오 부사장,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 등등. 덕분에 골목상권 데이터 공개처럼 정책 방향에 실용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일부 나온다. 실제 실행할 부처 장관들 면면도 보자.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분야 학자 출신 이종호 장관 후보자가, 중기부는 CEO⋅국회의원 출신인 이영 장관 후보자가 이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산하 과학기술비서관에는 에너지공학 전문가인 조성경 교수가 내정됐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전 정부가 임명한 한상혁 위원장 임기가 23년 8월까지 남았다.

5. 민간주도 성장, 진짜 할 수 있어?

윤석열 정부 ICT 정책의 핵심은 혁신 성장의 주도권을 기업과 개인에 넘기겠다는 것. 그런데 이런 시도, 처음은 아니다. 이전 정부들도 민간의 전문성과 역동성을 정부가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데.

● 제 2의 장병규⋅이재웅 안 되려면 :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여러 위원회들이 자칫 문재인 정부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회혁신성장추진본부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 당시 두 기구가 ‘규제 혁신과 신구 산업 간 갈등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며 각각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이재웅 다음 창업자를 수장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관(官)의 벽을 민(民)이 넘지는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 칼자루는 예산과 정책 : 민간 주도 위원회에 전권을 주겠다지만, 정책의 힘은 예산과 실행 조직에서 나온다. 무늬만 컨트롤타워여선 실행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 해도 현행법 체계상 예산을 요구·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은 부처에만 있다. ICT 업계에서 예산·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과학기술부총리나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을 둬야한다고 말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

● 대통령 의지가 관건 :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역대 민관 합동 위원회 중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의 권한이 가장 강력했다”며 “각 부처의 녹색성장 관련 예산 집행은 모두 녹색성장위의 심의를 받아야 가능했을 만큼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영훈 KOSA 산업정책실장은 “실행조직인 부처를 컨트롤 못 하면 위원회는 있으나 마나”라며 “대통령의 관심과 정책실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디지털 혁신 철학과 수단 고민해야":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산업·디지털 정책은 아이 키우듯, 레고블럭 쌓듯이 공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전 정권들은 방향·목적지향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지적한다. "아이에게 '잘 커라!'고 외칠게 아니라 아이를 키울 때 어떤 수단과 방법이 적절한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것. 신 교수는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갖고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것인지, 혁신을 적용하는 방식과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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